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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매산의 억새
석가모니 초보

돌풍이 몰랐던 불교문화 34 (지장경)

by 돌풍56 2012. 10. 18.

 

 

 

돌풍이 몰랐던 불교문화 34 

 

지장경 [地藏經]

석가모니가 도리천(忉利天)에서 어머니 마야부인(摩耶夫人)을 위하여 설법한 것을 모은 것으로 우리나라 지장신앙의 기본경전.

원제는 〈지장보살본원경 地藏菩薩本願經〉이며 우리나라에는 당나라의 실차난타(實叉難陀)가 번역한 2권본이 널리 유통되고 있다.

석가모니가 지장보살을 불러 백천 방편으로 육도중생(六道衆生)을 교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죄를 짓고 고통받는 중생들을 평등하게 해탈하게 하려는 지장보살의 서원(誓願)을 말한 경전이다. 도리천궁신통품(忉利天宮神通品)·분신집회품(分身集會品) 등 13품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불문(佛門)의 효경(孝經)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자(死者)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재식법회(齋式法會) 등에서 중요하게 지송

되며 지옥의 고통을 멸하고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는 이 경의 공덕에 근거해 수많은 판본이 전해진다.

 

 

지장경 (지장보살본원경)

 

제 1품  

도리천궁에서 신통을 나투다.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 도리천에 계시면서 어머님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었다. 그 때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서 오신 말로 할래야 할수도
없는 그 모든 부처님과 큰 보살 마하살이 모두 다 법회에 모여 오셔서 찬탄하셨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능히 오탁악세에서 불가사의한 큰 지혜와 신통력을 나투사 억세고 거치른 중생들을 조복시켜서 고락의 법을
 알게 하신다."
하시고 각기 시자를 보내시어 부처님께 문안을 올렸다.
이 때 부처님이 웃음을 머금으시고 백천만억의 큰 광명의 구름을 놓으시니 이른바, 대원만광명운이며, 대자비광명운이며, 대지혜광명운이며, 대반야광명운이며, 대삼매광명운이며, 대길상광명운이며, 대복덕광명운이며, 대공덕광명운이며, 대귀의광명운이며, 대찬탄광명운이었다. 이러한 말할 수도 없는 광명의 구름을 놓으시고는, 또 여러 가지의 미묘한 음성을 내시니 이른바, 보시바라밀음이며, 지계바라밀음이며, 인욕바라밀음이며, 정진바라밀음이며, 선정바라밀음이며, 지혜바라밀음이며, 자비음, 희사음, 해탈음, 무루음, 지혜음, 대지혜음, 사자후음, 대사자후음, 운뢰음, 대운뢰음이었다. 이러한 말할 수도 없는 음성을 내시니 사바세계와 타방국토에 있는 무량억 수의 천룡귀신들도 도리천궁으로 모여들었다.

이를테면 사천왕천, 도리천, 수염마천, 도솔타천, 화락천, 타화자재천, 범중천, 범보천, 대범천, 소광천, 무량광천, 광음천, 소정천, 무량전천, 변정천, 복생천, 복애천, 광과천, 엄식천, 무량엄식천, 엄식과실천, 무상천, 무변천, 무열천, 신견천, 선현천,색구경천, 마혜수라천과 내지 비상비비상처천의 온갖 하늘 무리며 용의 무리며 귀신 무리 등이 모두 법회에 모여 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또 타방국토와 사바세계에 있는 해신, 강신, 하신, 수신, 산신, 지신, 천택신, 묘가신, 주신, 야신, 공신, 천신, 음식신, 초목신 따위의 신들도 모두 법회에 모여 들었고, 또한 타방국토와 사바세계의 모든 큰 귀왕들이 이른바 눈이 사나운 귀왕이며, 피를 먹는 귀왕, 정기를 먹는 귀왕, 태와 알을 먹는 귀왕, 전염병의 귀왕, 독기를 가진 귀왕, 자비심을 지닌 귀왕과, 복과 이익을 주는 귀왕, 크게 사랑하고 공경하는 귀왕 등 이러한 귀왕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문수사리 법왕자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시길

"네가 여기에 모인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과 하늘 용 귀신들을 보느냐? 지금 이 세계와 타방세계 및 이 국토와 타방국토에서 지금 도리천에 모여들어 이 법회에 참석한 자의 수효를 그대는 알겠는가?"

문수사리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 신력으로는 설사 천 겁 동안을 헤아린다하여도 능히 그 수효를 알지 못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 보살에게 이르시길

"내가 부처의 눈으로 볼지라도 오히려 그 수효를 알지 못하겠나니, 이들은 모두 다 지장보살이 오랜 겁을 지내오면서 이미 제도하였거나 지금 제도하거나 미래에 제도할 것이며, 이미 성취시켰거나 지금 성취시키거나 미래에 성취시킬 자들이니라."

문수사리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과거 오랫동안 선근을 닦아 무애지를 얻었사오매, 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땅히 믿고 받아지닐 수 있사오나, 작은 과를 얻은 성문이나 하늘 용 등 팔부신중과 미래세의 모든 중생들은 비록 부처님의 성실한 말씀을 들을지라도 반드시 의혹을 품을 것이오며 설사 받아들었다가도 다시 비방하게됨을 면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지장보살마하살의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지장보살은 과거에 어떠한 을 행하였고 어떠한 을 세웠기에 능히 이런 부사의한 일을 성취하였사온지 널리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문수사리 보살에게 이르시길,

 

"비유하건대 저 삼천대천 세계에 가득한 초목, 총림과 벼, 삼, 갈대와 산의 돌과 티끌의 낱낱을 세어서 그 수만큼의 항하가 있다고 하고, 이 항하의 모든 모래 수 만큼의 세계가 있으며, 그 숱한 세계 안의 한 먼지를 한 겁으로 치고, 그 모든 겁 동안에 쌓인 먼지 수를 다시 겁으로 치더라도, 지장보살이 십지의 과위를 증득하여 지나 온 것은 위에 든 비유보다도 천 배나 더 많느니라. 그러니 하물며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있었던 동안이랴.


문수사리여. 이 보살의 위신력과 서원은 가히 생각할 수도 없느니라. 만약 미래세의 선남자 선여인이 보살의 명호를 듣고 찬탄하거나 우러러 보고 예배하거나 혹은 명호를 부르거나 공양을 올리거나 내지 형상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조각하여 만들거나 형상에 칠을 올리거나 하면, 이 사람은 마땅히 백 번을 삼십삼 천에 태어나 영영 악도에 떨어지지않게 되느니라. 문수사리여. 이 지장보살 마하살은 저 머나먼 과거의 말할 수도 없는 겁전에 큰 장자의 아들이었느니라.

그 때 세상에 부처님이 계셔서 호를 사자분신구족만행여래라 하셨으니, 그때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의 상호가 천복으로 장엄하심을 뵈옵고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어떠한 수행과 서원을 세워서 이러한 상호를 얻으셨나이까?>

이에 사자분신구족만행여래께서 장자의 아들에게 이르시길, <이 몸을 얻고자 하거든 마땅히 오랫동안 온갖 고통받는 중생들을 제도해서 해탈시켜야 한다.>고 하셨느니라.

문수사리여! 그 때 장자의 아들이 큰 서원을 세우기를 <제가 미래세가 다하도록 헤아릴수 없는 겁 동안 이 죄고를 받는 육도 중생을 위하여 널리 방편을 베풀어서 모두 해탈시킨 연후에야 제 자신이 비로소 불도를 이루리라>고 하였느니라.

그로부터 지금까지 백천만억 나유타의 이루 말할 수도 없는 겁을 아직도 보살로 있느니라.

 

또 과거 불가사의 아승지겁 전에 그 때 세상에 부처님이 계셔서 호를 각화정자재왕여래라 하셨으니 그 부처님의 수명은 사백천만억 아승지겁이셨느니라. 그 부처님의 상법 동안에 한 바라문의 딸이 있었으니, 그는 숙세에서 깊고도 두터운 복을 심어 여러 사람들로부터 흠모와 존경을 받았으며, 가거나 있거나 앉거나 눕거나 간에 모든 하늘이 그를 옹호하였느니라.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삿된 것을 믿고 항상 삼보를 업수이 여겼으므로 그 딸은 여러 가지 방편을 베풀어서 그의 어머니에게 권유하여 바른 생각을 내게 하였건만 어머니는 온전한 믿음을 갖지 못한 채 목숨을 마치고 혼신은 무간지옥에 떨어졌느니라. 그 때 바라문의 딸은 어머니가 세상에 살아계실 때 인과를 믿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에 당연히 그 업을 따라서 악도에 떨어졌을 것을 알고 집을 팔아서 널리 좋은 향과 꽃 등 그 밖에 모든 공양을 올릴 물건을 구하여 가지고 그 전 부처님의 탑과 절에 크게 공양을 올렸느니라.

그 때 바라문의 딸은 각화정자재왕여래의 형상이 한 절 안에 모셔져 그 그림의 위용이 장엄하고 두루 원만구족함을 보고, 그 때 바라문의 딸은 더욱 우러러 예배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혼자 생각하기를 <부처님의 명호는 대각이시라, 온갖 지혜를 갖추셨으니 만약 이 세상에 계실 때라면, 나의 어머님이 돌아가신뒤 부처님께 와서 물었다면 반드시 나의 어머니 가신 곳을 알았을 것이 아닙니까?>하고 울면서 오랫동안 부처님을 우러러 보고 기도하였더니, 그 때에 홀연히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려오되 <우는 자여 성녀야. 너무 슬퍼하지 말라. 내 이제 네 어머니의 간 곳을 알려주리라.> 이에 바라문의 딸이 합장하고 공중을 향하여 사뢰었다.

<이 어떠한 싱그러우신 덕이시옵기에, 저의 근심을 너그러이 풀어주시옵니까? 제가 어머니를 잊은 이래로 밤낮으로 생각하고 생각하였으나, 저의 어머니가 가신 곳을 물을 곳이 없었나이다.> 그 때에 공중에서 다시 소리가 나서 바라문의 딸에게 이르기를 <나는 네가 정성을 다하여 절을 하는 과거의 각화정자재왕여래이니라. 네가 어머니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보통의 중생들보다 배나 더하기 때문에 와서 일러주노라.>

이 소리를 듣고 바라문의 딸은 감격하여 몸부림쳐서 팔다리가 성한 데 없이 다쳐서 쓰러지자 좌우에서 부축하여 돌보아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중을 향하여 여쭈어 말하되, <부처님이시여, 바라옵건대 인자하신 마음으로 불쌍히 여기시여 저의 어머니가 태어난 곳을 속히 일러주시옵소서. 저는 이제 몸과 마음 가눌 길이 없어서 곧 죽을 것만 같나이다.>

그 때 각화정자재왕여래께서 성녀에게 이르시길 <네가 공양올리기를 마치거든 곧 바로 집으로 돌아가서 단정히 앉은 후 나의 명호를 생각하여라. 그리하면 곧 네 어머니의 태어난 곳을 알게 되리라.> 이에 바라문의 딸은 곧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에 대한 생각으로 단정히 앉아서 각화정자재왕여래를 생각하였다.

그대로 하루 낮과 하루 밤이 지나자 홀연히 자기 자신이 한 바닷가에 와있음을 알았는데, 그 물은 펄펄 끓어오르며 여러 사나운 짐승들이 많고 모두가 몸이 쇠로 되었으며, 바다 위를 동서로 날아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이었으며, 그 속에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수없는 사람들이 바다 속에 빠졌다 솟아났다 하며 버둥대는데, 저 사나운 짐승들이 다투어 잡아서 뜯어먹는 것이었다. 또 보니 야차들이 있는데 그 형상은 가지가지여서 혹은 손이 여럿이고 눈이 여럿이고 다리도 머리도 여럿이며 어금니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날카로운 칼로 된 갈고리 같은 것들이 모든 죄인들을 몰아다가 사나운 짐승들 가까이로 몰아주며 또 스스로 때리고 움켜잡아 다리와 머리를 한데로 서로 얽어 묶어놓은 형상이 천만 가지인지라 차마 오랫동안 볼 수가 없었다.

그 때 바라문의 딸은 염불하는 힘으로 자연히 두려움 없이 있었느니라. 거기에 한 귀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무독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성녀를 경건이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보살은 어떠한 인연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바라문의 딸이 귀왕에게 묻기를 <이곳은 어떤 곳입니까?>

무독이 대답하되 <이곳은 대철위산 서쪽에 있는 첫째 겁의 바다입니다.>

<내가 들으니 철위산 안에는 지옥이 있다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무독이 대답하되 <참으로 지옥이 있나이다.>

성녀가 묻되 <나는 어떻게 하면 그곳에 이를수가 있습니까?>

무독이 대답하되 <그곳은 부처님의 위신력이 아니면 바로 업력에 의한 겁니다. 이 두 가지가 아니면 도저히 여기에 올 수 없습니다.>

성녀가 또 묻되 <이 물은 어떤 연유로 저렇게 끓어오르며, 저 많고 많은 사람들은 어떠한 죄인이며, 저 많은 사나운 짐승들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무독이 대답하되 <이곳은 염부제에서 악한 짓을 한 중생이 49일을 지나도록 그를 위하여 복을 지어 고난에서 건져주는 일이 없거나, 살아있을 때도 착한 인연을 지은 바가 없으면 부득이 본업의 지은 대로 지옥에 떨어지게 되어 그 때에 자연히 이 바다를 먼저 건너게 되는데, 이 바다 동쪽으로 십만 유순을 지나 또 한 바다가 있는데 거기의 고통은 여기의 배가 되고, 그 바다 동쪽에 또 한 바다가 있는데 거기의 고통은 다시 거기의 배가 되나이다. 이들은 삼업으로 지은 바 스스로 받은 바이니 다 업의 바다라 하며, 그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성녀가 또 무독귀왕에게 묻되 <지옥이 어디에 있습니까?>

무독이 대답하되 <그 세 바다 속이 대지옥이며 그 지옥의 수가 백천이로되 각각 차별이 있으나 큰 것이 열여덟이고 다음 것이 오백이 있으며 또 그 다음 것이 천백이 있는 바 그 지독한 고초는 이루 한량이 없습니다.>

성녀가 무독귀왕에게 또 묻되 <나의 어머니는 돌아가신 지가 얼마되지 않으니 혼신이 어느 곳에 가 있는지 알 수 없나이까?>

귀왕이 묻되 <보살의 어머니는 생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이까?>

성녀가 대답하되 <나의 어머니는 소견이 삿되어서 삼보를 비방하여 헐뜯었고 설혹 잠깐 믿다가도 이내 돌이켜 공경하지 않았는데 돌아가신 지가 얼마 안되니 다시 태어난 곳을 알 수가 있겠나이까?>

무독이 묻되 <보살의 어머니는 성씨가 무엇이나이까?>

성녀가 대답하되 <나의 부모님은 모두 바라문의 족속으로 아버님의 이름은 시라선견이요, 어머님의 이름은 열제리입니다.>

무독이 합장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보살에게 말하되 <원컨대 성녀께서는 집으로 돌아가시어 너무 슬퍼하거나 근심하지 마옵소서. 죄인이었던 열제리는 천상에 태어난 지 삼일이 되었습니다. 효순한 자식이 있어 어머님을 위하여 공양을 베풀고 복을 닦아 각화정자재왕여래의 탑사에 보시를 한 연고로 보살의 어머님만 지옥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이 날 이 무간지옥에 있던 죄인은 모두가 천상에 태어나 낙을 누리게 되었습니다.>하고 귀왕이 말을 마치고 합장하고 물러갔느니라.

바라문의 딸은 꿈결같이 집으로 돌아와 이 일을 깨닫고는 곧 각화정자재왕여래의 탑과 존상 앞에서 큰 서원을 세우기를 <바라옵건대 저는 미래겁이 다하도록 죄고가 있는 중생을 마땅히 널리 방편을 베풀어서 해탈시키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 보살에게 이르시길 <그 때의 귀왕인 무독은 지금의 재수보살이고, 그 때의 바라문의 딸은 바로 지장보살이니라> 하셨다.

 


제2품  

분신들이 모이다. 

그 때 백천만억의 생각할 수도 없고, 의논할 수 없으며, 헤아릴 수 없고 말로 할 수도 없는 그 무량무수한 세계의 모든 지역에 있던 지장보살의 분신들이 모두 다 도리천궁에 모여들어 있었다.

또 각각 그 방면에서 해탈을 얻고 업도에서 나온 자가 천만억 수로 있었는데, 이들이 부처님의 신력을 입어 다 같이 향과 꽃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저 함께 온 무리들은 모두가 지장보살의 교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영원히 물러서지 않게 된 자들이었다.

이 모든 무리들은 멀고 먼 겁으로부터 오면서 생사의 물결에 빠져 육도에 떠돌면서 고통을 받아 잠깐도 쉴 틈이 없었다가, 지장보살의 광대한 자비와 깊은 서원력으로 각기 도과를 증득하고 도리천에 이르렀으니, 마음이 기뻐 뛸 듯하여 부처님을 우러르며 잠시도 한 눈을 팔지 않았다.

그 때 세존께서 금빛 팔을 펴시어 백천만억의 생각할 수 없고 의논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는 무량무수한 세계의 모든 화신지장보살의 이마를 어루만지시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오탁악세에서 저런 억세고 거치른 중생들을 교화하여 그 마음을 조복시켜 삿된 것을 버리고 바른 데로 돌아오게 하였건만, 열에 하나 둘은 아직도 악습에 빠져 있느니라.

나도 역시 천백억의 분신으로 널리 방편을 베푸노니 혹 근기가 날카로운 자는 법을 들으면 곧 믿어서 지니며, 혹 좋은 과보를 지닌 자는 부지런히 권하면 성취하고, 혹 둔하고 어두운 자는 오래 교화하여야 겨우 귀의하고, 혹 업이 무거운 자는 우러러 공경치 않느니라.

이런 중생 무리들을 각각 차별하여 분신이 제도하는데, 혹은 남자 몸을 나타내고, 혹은 여자 몸을 나타내고, 혹은 하늘 사람이나 용의 몸을 나타내고, 혹은 귀신의 몸을 나타내고, 혹은 산. 숲. 내. 강. 못. 샘. 우물을 나타내어 사람을 이롭게 하면서 모두 다 제도하여 해탈케 하고, 혹은 제석천왕의 몸으로, 혹은 범왕의 몸으로, 혹은 전륜왕의 몸으로, 혹은 거사의 몸으로, 혹은 국왕의 몸으로, 혹은 재상의 몸으로, 혹은 관속의 몸으로, 혹은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으로 내지 성문. 아라한. 벽지불. 보살 등의 몸으로 나타내어 교화하고 제도하노니, 단지 부처의 몸으로만 그 몸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니라.

내가 여러 겁을 두고 부지런히 애써서 저런 교화하기 어려운 억세고 거치른 죄고중생들을 제도하였으나, 거기에 아직도 조복되지 못한 자가 있어서 업보를 따라 만약 악도에 떨어져 큰 고통을 받게 된 것을 보거든, 그대는 마땅히 내가 이 도리천궁에서 은근히 부촉하던 것을 생각하고, 사바세계에 미륵불이 출세하여 오실 때까지 중생들을 다 해탈케 하여 영원히 모든 괴로움을 여의케하고 부처님의 수기를 받도록 하라.

이 때 여러 세계에서 온 모든 분신 지장보살이 다시 한 몸으로 되어 애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멀고 먼 겁으로 오면서 부처님의 인도하심을 입어 불가사의한 신력을 얻고 크나큰 지혜를 갖추게 되었나이다. 제가 저의 분신으로 하여금 백천만억 항사 세계에 두루하여, 한 세계마다 백천만억 분신을 화현하고, 그 한 몸마다 또 백천만억 사람을 제도하여 삼보께 귀의토록 하며, 영원히 나고 죽는 것을 여의고 열반락에 이르도록 하오리다.

다만 불법 중에서 착한 일을 하되, 한 터럭. 한 물방울. 한 모래. 한 티끌만큼이나 혹은 털끝만치라도 한다면, 제가 점차로 제도하여 해탈시켜 큰 이익을 얻게 하오리다.

세존이여! 바라오니, 후세의 악업중생으로는 염려하지 마옵소서. 이렇게 세 번이나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때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을 찬탄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내가 그대를 기쁘게 하리라. 그대는 아득한 겁으로 오면서 세운 큰 서원을 능히 성취하여 장차 널리 중생들을 제도한 후에 곧 보리를 이루리라.



제3품

중생의 업연을 살피다.

그 때,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공경스레 합장하고 지장보살에게 물었다. "성자여! 염부제 중생이 업을 짖는 차별과 받게 되는 응보는 어떠하옵니까?"

지장보살이 대답하였다. "천만세계, 모든 국토에는 혹 지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혹 여인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혹 불법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성문이나 벽지불도 역시 그러하옵니다. 지옥의 죄보도 똑같은 것만이 아닙니다."

마야부인이 거듭 보살께 물었다. "그러면 염부제에서 죄보로 나쁜 곳에 떨어져 과보 받는 것을 듣고저 하옵니다."

"성모여! 잘 들으소서. 제가 대강 말씀하오리다."

"성자여! 어서 말씀하소서."

이 때 지장보살이 성모에게 말하였다. "남염부제의 죄보를 말씀하면 이러하옵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혹 살해까지 하였다면 마땅히 무간지옥에 떨어져 천만억 겁으로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부처님 몸에 피를 내고, 삼보를 비방하고, 경전을 존중치 않으면 역시 마땅히 무간지옥에 떨어져 천만억 겁으로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절 재산에 손해를 주거나, 비구. 비구니를 더럽히거나 혹은 절 안에서 방자하게 음욕을 행하거나 죽이고 해친다면, 이런 무리들도 마땅히 무간지옥에 떨어져 천만억 겁으로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마음은 사문이 아니면서 거짓으로 사문이 되어, 절 재산을 함부로 쓰고, 신도를 속이며, 계율을 어겨 갖가지 나쁜 짓을 하면, 이같은 무리들도 마땅히 무간지옥에 떨어져 천만억 겁으로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성모여! 만약 어떤 중생이라도 이같은 죄를 지으면 마땅히 오무간 지옥에 잠깐만이라도 고통이 멈춰주기를 원해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마야부인이 거듭 물었다. "어떤 것을 무간지옥이라고 하옵니까?"

"성모여! 모든 지옥이 대철위산 속에 있는데, 그 중에 큰 지옥은 열여덟 곳이나 됩니다. 그 다음 것이 오백인데 이름이 각각 다르고, 또 그 다음 것이 천백이나 되는데 역시 이름이 각각 다릅니다. 무간지옥이라는데는 그 옥성 둘레가 팔만여 리가 되며, 그 성은 순전히 쇠로 되었고, 높이는 만리인데 성 위에는 불더미가 조금도 빈틈없이 이글거리며, 그 성 중에는 또 여러 지옥이 서로 이어졌는데 그 이름도 각기 다릅니다. 여기에 유독 한 지옥이 있어서 이름을 무간이라고 하는데, 이 옥의 둘레는 만 팔천 리요, 담장 높이는 천 리이며 아랫 불은 위로 치솟고 뱀과 개가 불을 토하면서 담장 위를 동서로 마구 달립니다. 옥 중에는 넓이가 만리에 가득한 평상이 있는데, 한 사람이 죄를 받아도 그 몸이 평상 위에 가득차게 누워 있는 있는 것을 스스로 보게 되고, 천만 사람이 죄를 받아도 역시 각자의 몸이 평상 위에 가득참을 보게 되는데, 뭇 죄업으로써 이같은 보를 받게 되는 겁니다. 또 모든 죄인이 온갖 고초를 골고루 다 받는데, 천백 야차와 악귀들이 어금니는 칼날 같고, 눈은 번갯빛 같으며, 손은 또 구리쇠 손톱으로 되어, 죄인의 창자를 끄집어 내어서 토막토막 자릅니다. 또 어떤 야차는 큰 쇠창을 가지고 죄인의 몸을 찌르는데, 혹은 입과 코를 찌르며, 혹은 배나 등을 찔러 공중으로 던졌다가 도로 받아서 평상 위에 놓기도 합니다. 또 쇠로 된 뱀이 있어서 죄인의 목을 감아 조이고, 또 온몸 마디마디에 긴 못을 내려박기도 하며, 또 혀를 빼어 보습으로 갈 때 죄인이 끌게 하고 구리 쇳물을 입에 붓기도 하고, 뜨거운 철사로 몸을 감아서 만 번 죽였다 만 번 살렸다 하나니, 업으로 받는 것이 이와 같아서 억 겁을 지내도 벗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이 세계가 무너질 때는 딴 세계로 옮겨 가서 나고, 그 세계가 또 무너지면 다른 세계로 옮겨가고, 또 옮겨가고 하다가, 이 세계가 또 이루어지면 다시 돌아옵니다. 무간지옥의 죄보가 이러하옵니다. 또한 다섯 가지 업감이 있으므로 무간이라고 합니다.

다섯 가지라 함은, 첫째는 밤낮으로 죄를 받아 겁이 거듭하도록 끊어질 때가 없으므로 무간이라고 하는 것이며, 둘째는 한 사람이라도 가득 차고 많은 사람이라도 역시 가득 차므로 무간이라고 하는 것이며, 세째는 죄받는 기구에 쇠몽둥이. 매. 뱀. 이리. 개. 맷돌. 톱. 도끼. 끓는 가마. 쇠그물. 쇠사슬. 쇠나귀. 쇠말 따위가 있으며, 생가죽으로 목을 조르고, 뜨거운 쇳물을 몸에 부으며, 주리면 철환을 삼키고, 목마르면 뜨거운 쇳물을 마시면서 해를 넘기고 겁을 보내어 그 수가 한량 없는 겁에 이르러도 고초가 잇달아 끊임이 없으므로 무간이라고 하는 것이며, 넷째는 남자, 여자, 오랑캐, 늙은이, 어린이, 천한 이, 용, 신, 하늘사람, 귀신 할 것 없이 죄를 지으면 그 업에 따라 받는 것이 모두 똑같으므로 무간이라고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만약 이 지옥에 떨어지면 처음 들어올 때부터 백천 겁에 이르도록 날마다 밤마다 만 번 죽었다가 만 번 살았다가 하여 잠깐도 멈춰짐이 없다가 나쁜 업이 다 삭아져야만 비로소 딴 곳에 태어납니다. 이렇게 줄곧 잇달아 끊이지 않으므로 무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성모여! 무간지옥에 대하여 대강 말씀한 것이 이러하오나, 만약 형벌받는 기구 등의 이름과 그 온갖 고초받는 일을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한 겁 동안에도 다 할 수 없습니다."

마야부인이 이 말씀을 듣고는 근심 깊은 얼굴로 합장정례하고 물러갔다. 


제4품

염부제 중생이 업보받음

그 때 지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여! 제가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은 까닭으로 백천만억 세계에 두루 이 몸을 나누어 일체의 업보중생을 구제하고 있나이다. 만약 부처님의 큰 자비의 힘이 아니오면 능히 이 같은 변화를 부리지 못할 것이옵니다. 제가 이제 또 부처님의 부촉하심을 받사오니 [아일다]가 성불하여 오실 때까지 육도의 중생을 해탈토록 하오리니, 원컨데 세존이여, 염려하지 마옵소서."

이 때 부처님이 지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에 해탈을 못한 자는 성식(性識)이 정한 바가 없어서, 악습으로는 업을 맺고 선습으로는 과를 맺나니, 착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경계를 따라서 태어나 육도에 윤회하여 잠깐도 쉴 새가 없으며, 티끌 수 같은 겁이 지나가도 미혹으로 고난에 걸리는 것이, 마치 그물 속에 노는 고기가 노상 흐르는 물인 줄 알고서, 잠시 벗어났다가 또 그물에 걸리곤 하는 것과 같나니라. 이런 무리들은 내가 걱정하였더니, 그대가 이미 과거 여러 겁에 거듭한 서원을 실천하려고 저 죄많은 무리를 널리 제도하겠다 하니 내가 다시 무엇을 걱정하리오."

이 말씀을 하실 때 회중에 있던 정자재왕이라는 한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여! 지장보살은 여러 겁으로 오면서 어떤 발원을 하였건데 이제 세존의 은근하신 찬탄을 받나이까?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여 주옵소서."

부처님이 정자재왕보살에게 이르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라. 내가 그대를 위해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저 과거 한량없는 아승지 나유타, 말로 할 수도 없는 겁의 일이니라. 그 때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호는 일체지. 성취.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셨고, 수명은 육만 겁이었느니라. 이 부처님이 아직 출가하시기 전에는 작은 나라의 왕이 되어, 한 이웃 나라 왕과 더불어 벗을 삼고 함께 십선을 행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였더니라. 그런데, 그 이웃 나라에 사는 백성들이 여러 가지로 악한 일을 많이 지으므로 두 왕은 의논하고 널리 방편을 베풀자고 하였다. 한 왕은 발원하기를 <어서 불도를 이루어 널리 이런 무리들을 남김없이 제도하리라.>하였고, 또 한 왕은 <만약 죄고 중생들을 먼저 제도하여 안락케 하고 보리를 이루지 못하게 하면, 나는 끝내 성불하기를 원치 않노라.>라고 하였더니라.

어서 성불하기를 발원한 왕은 곧 일체지. 성취. 여래였고, 영원히 죄고 중생을 제도하고 성불을 원치 않은 왕은 바로 지장보살이었느니라. 또 과거 한량없는 아승지 겁에 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명호는 청정연화목여래이셨고, 수명은 사십 겁이었느니라.

그 부처님 상법시대에 한 나한이 있어서 중생을 복으로써 제도하였는데, 차례로 교화하다가 광목이라는 한 여인을 만났더니, 음식을 대접하기에, 나한이 물었다. <소원이 무엇이오?>

광목이 대답하였다.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에 복을 지어 천도해 드리고자 하오나, 우리 어머니가 어떤 곳에 태어나셨는지 모릅니다.>

나한이 가엾이 여기고, 정에 들어 살펴보니 광목의 어머니는 나쁜 곳에 떨어져 모진 고통을 받고 있었다.

나한이 광목에게 물었다. <그대의 어머니는 생전에 어떤 업을 지었는고? 지금 나쁜 곳에서 아주 큰 고통을 겪고 있소.>

 

<우리 어머니는 습성이 물고기와 자라 같은 것을 즐겨 자셨고, 그 중에도 새끼를 많이 자셨는데, 혹은 볶고 혹은 지져서 마음껏 자셨으니 아마 그 수는 천만보다 배나 더 될까 하옵니다. 존자는 자비로 불쌍히 여기사 어떻게든지 구하여 주소서.>

나한이 가엾이 여기고 방편을 지어 광목에게 권하여 말했다. <그대는 지극한 정성으로 청정연화목여래를 염하고, 겸해서 그 부처님 형상을 조성하거나 그려 모시면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모두 좋은 과보를 얻을 것이오.>

광목이 이 말을 듣고는 곧 애착하던 것을 바쳐 불상을 그려 모시고 공양을 올리며, 더우기 공양하는 마음으로 슬피 울면서 우러러 절을 하였더니, 문득 새벽녘 꿈에 부처님을 뵈오니, 금빛이 찬란한 것이 마치 수미산과 같았다.

그 부처님이 큰 광명을 놓으시며 광목에게 이르셨다. <너의 어머니는 머잖아 꼭 너의 집에 태어나리라. 그래서 겨우 배고프고 추운 것을 느낄만 하면 곧 말을 하게 되리라.>

그  뒤에 그 집에서 여종이 한 자식을 낳으니 사흘이 채 못되어 말을 하는데, 머리를 조아리고 슬피 울면서 광목을 보자 이렇게 말했다. <생사의 업연으로 과보는 자기가 받게 마련이다. 나는 네 어미다. 어둠 속에 오래 있었다. 너와 이별한 뒤로 큰 지옥에 여러 차례 떨어졌다가 이제야 복력을 입어 몸을 받아 났다만 미천한 사람이 되었고, 게다가 단명하여 열세 살만 되면 또다시 악도에 떨어질 것이다. 네가 내 업보를 벗겨 줄 무슨 계책이 있겠느냐?>

광목이 이 말을 듣고는 자기 어머니인 것을 의심치 않고, 목메어 슬피 울면서 종의 자식에게 말했다. <이미 우리 어머니가 틀림없다면, 본래 지은 죄를 알아야 합니다. 어떤 업을 지었기에 악도에 떨어졌습니까?>

<살생하고 헐뜯어 욕을 한, 두가지 업으로 보를 받았다. 만약 네가 복을 지어 나의 고난을 구제하여 주지 않았다면 이런 업으로써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광목이 물었다. <지옥의 죄보는 어떠하던가요?>

종의 자식이 대답했다. <죄고 받는 일은 차마 말로 할 수 없다. 백 년을 두고 천 년을 두고 말하더라도 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광목이 듣고는 통곡하며 울다가 허공을 향하여 말했다. <바라오니, 우리 어머니를 지옥에서 영영 벗어나게 하여 주옵소서. 열세 살을 마치고 나서도 무거운 죄보가 없도록 하여 주옵소서. 다시는 악도에 거치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시여! 저를 가엾이 보옵소서. 제가 어머니를 위하여 발하는 이 광대한 서원을 들어 주소서. 만약 우리 어머니가 삼악도와 이 미천한 신분과 여인의 몸까지도 아주 여의고, 영겁토록 다시 받지 않게 된다면, 제가 청정연화목여래의 상 앞에서 맹세하겠나이다. 오늘부터 이 뒤로 백천만억 겁 동안, 모든 세계에 있는 지옥과 삼악도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을 구원하여 지옥. 축생. 아귀 등 악취에서 영원히 여의케 하고, 이런 무리들을 모두 다 성불케 한 후에야 제가 정각을 이루겠나이다.>

이렇게 서원을 마치자, 청정연화목여래의 말씀이 들려왔다. <광목아! 네가 큰 자비로 어머니를 위해 능히 훌륭하게도 그런 큰 원을 세웠구나. 내게 보건데, 너의 어머니가 열세 살이 차면 지금의 보를 벗고, 다음에 범지(梵志)로 태어나서 헤아릴 수 없는 겁을 살다가 뒤에 불과를 이루고, 널리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인간과 하늘을 제도하리라.> 고 일러 주셨더니라."

부처님이 또 말씀하셨다. "저 때에 광목을 복으로 제도한 나한은 곧 무진의보살이고, 광목의 어머니는 곧 해탈월보살이며, 광목 여인은 바로 지장보살이니라. 지나간 멀고 오랜 겁 중에 이렇게도 자비하여 항하 모래 수와 같은 발원을 하고 널리 중생을 제도하였나니라. 미래세에,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선행을 하지 않는 자, 악행하는 자, 인과를 믿지 않는자, 사음. 망어를 하는자, 양설. 악구를 하는자, 대승을 비방하는 자라면, 이같은 모든 죄업 중생들은 반드시 나쁜 곳에 떨어질 것이로되, 만약 선지식을 만나 그의 권유로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사이라도 지장보살께 귀의하면 저 모든 중생들은 곧 삼악도의 죄보에서 풀리게 되리라. 만약 능히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여 공경하고, 우러러 절하고 찬탄하며, 향. 꽃. 의복. 갖가지 진귀한 보배나 음식으로 받들어 섬기는 자는 미래의 백천만 겁 동안에 항상 여러 하늘에 살면서 아주 묘한 낙을 누리게 되고, 만약에 천복이 다하여 인간에 하생하더라도 오히려 백천 겁을 항상 제왕이 되어 능히 숙명(宿命)의 인과본말(因果本末)을 기억하리라.

정자재왕이여! 이와 같이, 지장보살에게는 불가사의한 큰 위신력이 있어서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노니, 그대들 모든 보살은 마땅히 이 경을 기록하여 널리 선전하고 유포할지니라."

정자재왕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여! 염려하지 마옵소서. 저희들 천만억 보살마하살이 반드시 능히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고 널리 이 경을 연설하여 염부제 중생을 이익되게 하오리라."

정자재왕보살이 세존께 아뢰고는 합장하여 공경하며 절하고 물러갔다. 이 때에 사방의 천왕이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공경하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여, 지장보살은 오랜 겁으로 오면서 그와 같은 큰 원을 발하였는데, 어찌하여 지금에 이르도록 아직도 중생들을 다 제도하지 못하고 또 광대한 서원을 발하옵니까? 세존이여, 원컨데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이 사천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내 이제 그대들과 미래 현재의 하늘과 인간 무리들에게 널리 이익을 주기 위하여 지장보살이 사바세계 염부제 안 생사의 길에서 자비로 일체의 죄고 중생을 구제하고 해탈시키는 방편에 대하여 말하리라."

사천왕이 말씀드렸다. "그렇게 하여 주옵소서. 세존이여, 즐거이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지장보살이 오랜 겁으로 오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시켜 오지만, 아직도 그 원을 다 마치지 못하였느니라. 이 세계의 죄고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어 하여, 미래의 무량 겁으로 업의 인이 이어져 끊이지 않음을 너무나 많이 보게되므로 또 거듭 원을 발하느니라. 이러한 보살은 사바세계 염부제 안에서 백천만억 방편으로 교화하고 있느니라.

사천왕이여! 지장보살은, 만약에 살생하는 자를 만나면 묵은 앙화로 단명하게 되는 보를 말해주고, 만약에 도둑질하는 자를 만나면 빈궁하여 고초받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사음하는 자를 만나면 공작이나 비둘기. 원앙새의 보를 말해주고, 만약에 사나운 입을 놀리는 자를 만나면 권속과 다투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훼방하는 자를 만나면 혀가 없는 구창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성내는 자를 만나면 얼굴이 더럽게 찌그러지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인색하고 간탐하는 자를 만나면 구하는 바가 어긋나는 보를 말해주고, 만약에 음식에 절도가 없는 자를 만나면 배고프고 목마르고 목에 병이 나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사냥을 즐기는 자를 만나면 놀라고 미쳐서 목숨을 잃는 보를 말해주고, 만약에 부모의 뜻을 어기고 행패를 부리는 자를 만나면 천재지변으로 죽게 되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산이나 숲에 불지르는 자를 만나면 미쳐서 헤매다가 죽게 되는 보를 말해주고, 만약에 전후 부모에게 악독하게 하는 자를 만나면 내생에 바꿔나서 매맞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그물로 작은 새들을 사로잡는 자를 만나면 골육간에 이별하는 보를 말해주고, 만약에 삼보를 헐뜯어 비방하는 자를 만나면 눈멀고 귀먹고 벙어리 되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불법을 가벼이 여기고 그 가르침을 업신여기는 자를 만나면 길이 악도에 처하는 보를 말해주고, 만약에 절 재산을 함부로 쓰는 자를 만나면 억겁 동안 지옥에서 윤회하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청정한 행을 더럽히고 스님을 속이는 자를 만나면 영원히 축생으로 있게 되는 보를 말해주고, 만약에 끓는 물. 불. 흉기로 생명을 다치게 하는 자를 만나면 윤회하면서 서로 갚게 되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파계하고 재(齋)를 범하는 자를 만나면 새나 짐승이 되어 굶주리는 보를 말해주고, 만약에 재물을 옳지 않게 헐어 쓰는 자를 만나면 구하는 바가 막히고 끊어지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아만이 높은 자를 만나면 미천한 종이 되는 보를 말해주고, 만약에 두 말로 이간질 하여 싸움을 붙이는 자를 만나면 혀가 없든지 여럿이 되는 보를 말해주며, 만약에 소견이 삿된 자를 만나면 변방에 태어나는 보를 말해주느니라. 이런 등등의 염부제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악습의 결과로 받게 되는 백천 가지 응보를 이제 대강 말하였거니와, 그러한 염부제 중생들의 업감의 차별을 따라 지장보살은 백천 방편으로 교화하고 있건만, 이런 중생들은 먼저 이 같은 보를 받고, 뒤에는 지옥에 떨어져 여러 겁이 지나가도 벗어날 기약이 없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그대들은 사람을 보호하고 나라를 보호하여 저런 중생들이 다른 중생을 미혹하지 말도록 하라."

사천왕이 듣고는 눈물을 흘리며 슬피 탄식하면서 합장하고 물러갔다.

 


제5품

지옥의 이름 

그 때, 보현보살마하살이 지장보살에게 말하였다. "인자여, 원컨데 천. 룡. 팔부와 미래 현재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사바 세계 염부제의 죄고 중생이 보(報)를 받는 지옥의 이름과 악독한 과보들을 말씀하여, 미래세의 말법 중생들로 하여금 그 과보를 알게 하여 주소서."

"인자여! 내가 이제 부처님의 위신력과 대사의 힘을 받들고, 지옥의 이름과 죄보에 대하여 간략히 말하리다. 인자여, 염부제의 동쪽에 산이 있는데 이름을 철위라 하며, 그 산은 어둡고 깊어서 해와 달의 빛이 없습니다. 여기에 큰 지옥이 있는데 이름이 극무간(極無間)이고, 또 지옥이 있는데 이름이 대아비(大阿鼻)이고, 또 지옥이 있는데 이름이 사각(四角)이고, 또 비도(飛刀)지옥, 화전(火箭)지옥, 협산(夾山)지옥, 통창(通槍)지옥, 철거(鐵車)지옥, 철상(鐵床)지옥, 철우(鐵牛)지옥, 철의(鐵衣)지옥, 천인(千刃)지옥, 철려지옥, 양동(洋銅)지옥, 포주(抱柱)지옥, 유화(流火)지옥, 경설(耕舌)지옥, 좌수(坐首)지옥, 담안지옥, 쟁론지옥, 철수(鐵銖)지옥, 다진(多瞋)지옥이 있습니다."

지장보살이 또 말하였다. "인자여, 철위산 속에는 이런 지옥들이 수도 없이 있습니다. 또 규환(叫喚)지옥, 발설(拔舌)지옥, 분뇨(糞尿)지옥, 화상(火象)지옥, 화구(火狗)지옥, 화마(火馬)지옥, 화우(火牛)지옥, 화산지옥, 화석지옥, 화상지옥, 화량(火梁)지옥, 화응(火鷹)지옥, 거아(鉅牙)지옥, 박피(剝皮)지옥, 음혈(飮血)지옥, 소수(燒手)지옥, 소각(燒脚)지옥, 도자(倒刺)지옥, 화옥(火屋)지옥, 철옥지옥, 화량지옥 등이 있습니다. 이런 지옥 속에는 각각 또 작은 지옥들이 있는데, 혹은 하나, 둘, 혹은 셋, 넷, 내지 백이나 천이 되기도 하며, 그것들의 이름도 각각 다릅니다."

지장보살이 또 보현보살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다 남염부제에서 악한 짓을 한 중생들의 업감으로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업의 힘이란 참으로 큰 것이어서 능히 수미산을 대적하며, 능히 큰 바다보다도 깊어서, 능히 성도(聖道)를 막아냅니다. 이런 까닭으로, 중생은 비록 작은 악이라도 가볍게 여겨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 말아야 됩니다. 죽은 뒤에는 보가 있어서 털끝만한 것도 받아가야 하며, 어버이와 자식이 지친(至親)이지만 가는 길이 각각 다르고, 비록 서로가 만나더라도 대신 받을 수 없습니다. 내가 이제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고, 지옥에서 죄보 받는 일을 대략 말하리니, 인자는 잠깐만 들으소서."

보현보살이 대답하였다. "내가 삼악도의 죄보를 안 지는 비록 오래 되오나, 인자의 말씀을 바라는 것은 후세 말법시대에 모든 악행하는 중생들로 하여금 인자의 말씀을 듣고 불법에 귀의토록 하려는 것입니다."

지장보살이 말하였다. "인자여! 지옥의 죄보는 이러합니다. 어떤 지옥은 죄인의 혀를 빼어 소로 하여금 갈게 하며, 어떤 지옥은 죄인의 심장을 빼어 야차가 먹으며, 어떤 지옥은 펄펄 끓는 가마에 죄인의 몸을 삶으며, 어떤 지옥은 벌겋게 달은 구리 쇠기둥을 죄인에게 안게 하며, 어떤 지옥은 맹렬한 불길이 죄인을 덮치며, 어떤 지옥은 언제나 차디찬 얼음 뿐이며, 어떤 지옥은 한없는 똥. 오줌 뿐이며, 어떤 지옥은 쇠뭉치가 날아들며, 어떤 지옥은 불창이 가득히 모여들며, 어떤 지옥은 몽둥이로 가슴과 등을 때려치며, 어떤 지옥은 손. 발을 태우며,어떤 지옥은 쇠뱀이 칭칭 감으며, 어떤 지옥은 쇠개에게 몰려 쫓기며, 어떤 지옥은 아울러 쇠나귀를 타게 합니다. 인자여, 이런 등등의 보를 받는 옥마다 또 백천 가지 형구가 있는데, 그 모두가 구리요, 쇠요, 돌이요, 불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이 네 가지 물건은 여러 가지 업감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만약 지옥의 죄보에 대한 것을 널리 말하자면, 한 옥마다 다시 백천 가지 고초가 있는데, 하물며 그 많은 지옥이리까. 내가 이제 부처님의 위신과 인자의 물으심을 받들어 간략히 말을 하였으나, 만약 널리 해설하려면 겁이 다 해도 못다 하리다."

 

<지장경 설법도 - 부처님께서 도리천에 올라 어머니 마야왕비 전에 설법하시고 난 후 지장보살 이마를 만지며 지장경을 설하시다.>

 


제 6품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을 찬탄하심

그 때 세존께서 온몸으로 큰 빛을 놓으사, 백천억 항하의 모래알 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佛世界]를 두루 비추시면서 큰 소리를 내시어 모든 부처님 세계의 모든 보살마하살 및 하늘 · 용 · 귀신과 사람과 사람 아닌 무리들에게 널리 이르셨다.

"들으라, 내가 이제 지장보살마하살이 시방 세계에서 가히 생각할 수 없는 대자비의 위신력을 나투어 모든 죄지어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하는 일에 대하여 칭찬하고 찬탄하리라. 내가 멸도한 후에 너희들 모든 보살마하살 및 하늘 · 용 · 귀신들도 널리 방편을 지어서 이 경을 지킬 것이며, 온갖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괴로움[一切苦]에서 벗어나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하라."

이렇게 말씀하시니 법회에 참석한 이들 가운데 '보광보살'이 공경히 합장하며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제 세존께서 지장보살에게 불가사의한 큰 위신력이 있음을 찬탄하셨나이다. 다시금 미래세의 말법시대 중생들을 위하여 지장보살께서 인간과 천상을 이익되게 하는 인과(因果)를 말씀하시어 모든 하늘 · 용 등 팔부신중과 미래세의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 지니게 하시옵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 보광보살과 사부대중들에게 이르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으라. 내가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지장보살이 인간과 천상을 이익되게 하는 복덕에 대하여 간략히 말하리라."

보광보살이 다시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즐거이 듣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보광보살에게 이르셨다.


"미래의 세상에 만약 선남자 · 선여인 중에서 이 지장보살마하살의 명호를 듣는 이 · 형상에 합장하는 이 · 찬탄하는 이 · 예배하는 이 · 생각하고 사모하는 이 등 이러한 사람들은 삼십 겁 동안 지은 죄를 뛰어넘게 되리라.

보광보살이여, 만약 어떤 선남자 · 선여인이 지장보살의 형상을 그리거나, 흙과 돌에 칠을 하여 만들거나, 금 · 은 · 구리 · 철 등으로 이 보살의 상을 조성하여 한 번이라도 우러러 예배하는 자는 백 번이나 삼십삼천[=도리천]에 나서 오래도록 악도에 떨어지지 아니하며, 설령 천상의 복이 다하여 인간으로 태어날지라도 나라의 왕이 되어서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니라.

만약 어떤 여인이 여인의 몸을 싫어함에 정성을 다하여 지장보살의 형상을 그리거나, 흙과 돌에 칠을 하여 만들거나, 금 · 은 · 구리 · 철 등으로 형상을 만들어 공양하되 날마다 열심히 하여 물러남이 없이 항상 꽃 · 향 · 음식 · 의복 · 비단 · 당번[幢幡 : 깃발] · 돈 · 보물 등으로 공양하면 이 선여인은 한번 받은 여인의 몸이 다하면 백천만 겁에 다시 여인의 몸을 받겠는가. 다만 자비원력(慈悲願力)으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스스로 여인의 몸을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지장보살을 공양한 힘과 지장보살의 공덕의 힘을 입는 까닭으로 이 사람은 백천만 겁에 다시는 여인의 몸을 받지 않으리라.

보광보살이여, 만약 추하고 병이 많은 여인이 있어 자신의 모습을 싫어함에 지장보살의 형상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우러러 예배하기를 밥 먹는 잠깐 동안이라도 한다면 이 사람은 천만겁 중에 원만구족(圓滿具足)한 몸으로 태어나며 온갖 질병이 없을 것이니라.

또한 이 추한 여인이 만약 여자의 몸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백천만억 겁을 항상 왕녀나 왕비가 되거나 재상이나 명문 집안이나 큰 장자의 딸이 되어 단정하게 태어나고 모든 모양새가 원만하리라.

지장보살께 지극한 마음으로 우러러 예배하면 이와 같은 복을 얻으리라.

보광보살이여, 만약 어떤 선남자 · 선여인이 지장보살의 형상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찬탄하고, 향과 꽃으로 공양하고 또 이를 남에게 권하면 이들은 현재 세상에서나 미래 세상에서 항상 여러 신들이 밤낮으로 수호하여 악한 일은 전혀 귀에도 들리지 않게 되나니 어찌 모든 횡액을 직접 받는 일이 있겠는가.

또 보광보살이여, 미래 세상에 만약 나쁜 사람 · 나쁜 신 · 나쁜 귀신 등이 있어 어떤 선남자 · 선여인이 지장보살 형상에 귀의하여 공경하며 공양하고 찬탄하며 우러러 예배함을 보고 망령되게 꾸짖고 헐뜯거나, 공덕이나 이익이 없다고 비방하거나, 이를 드러내고 비웃거나, 또는 돌아서서 그르다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를 그르다고 하거나, 여러 사람들과 같이 그르다고 하는 등 만약 한 생각만이라도 꾸짖고 훼방하는 마음을 낸다면 이러한 사람은 현겁(賢劫)의 천불(千佛)이 멸도하신 뒤까지도 훼방한 죄보로 아비지옥에 떨어져 매우 무거운 죄를 받을 것이니라.

또한 이 겁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아귀의 보[餓鬼報]를 받게 되며 또 천겁을 지나고도 다시 축생의 보[畜生報]를 받게 될 것이며 또 천겁을 지나고서 비로소 사람의 몸을 받게 되며, 비록 사람 몸을 받아도 빈궁하고 하천하여 눈[眼] · 귀[耳] · 코[鼻] · 혀[舌] · 몸[身] · 의지[意] 등의 육근을 갖추지 못하고 많은 악업이 그 몸에 맺혀서 곧 또다시 악도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보광보살이여, 다른 사람이 공양 올리는 것을 비방하고 헐뜯기만 하여도 이러한 죄보를 받거늘 더구나 다른 나쁜 소견을 내어서 불법을 직접 훼방하고 파괴함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보광보살이여, 만약 미래의 세상에 어떤 선남자 · 선여인이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어 살고자 하여도 죽고자 하여도 모두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꿈에 악귀나 또는 집안 친족과 험악한 길을 헤매기도 하고, 또 도깨비 무리에 홀리거나 귀신과 함께 놀기도 하다가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깊어짐에 점점 몸이 쇠약해져 잠자다가도 괴로워 소리치며 처참하게 괴로워하는 자는 모두 다 업장(業障)으로 죄업의 가볍고 무거움을 정하지 못하여 목숨을 버리기도 어렵고, 병이 나을 수도 없게 된 것이니, 남녀의 속된 눈으로는 도저히 이 일을 알지 못하느니라.

이러한 때는 마땅히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의 형상 앞에서 이 경을 소리 높여 한번이라도 읽고, 혹은 의복 · 보배 · 장원(莊園) · 집 등 무엇이든간에 그 병자가 아끼는 것을 놓고 병자 앞에서 분명히 말하기를, '저희들 아무개 등은 아픈 사람을 위하여 경전과 불상을 모시고 이 모든 물건들을 올려 공양합니다. 이것으로 부처님과 보살님의 형상을 조성하거나 탑이나 절을 만들고, 등을 밝히며, 또는 스님들께 보시하겠습니다.'라고 세 번을 아픈 사람이 알아 듣도록 하라.

만약 아픈 사람의 모든 의식이 흩어지고 숨기운이 다한 자라면 하루 내지 이틀, 사흘, 나흘에서 칠일에 이르도록 다만 높은 소리로 이 일을 말하고, 이 경을 읽을지니라. 이 사람은 목숨이 다한 연후에 숙세의 허물과 무거운 죄로 다섯가지 무간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도 영원히 해탈을 얻어서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숙명(宿命)을 알게 될 것이니, 하물며 스스로 이 경을 쓰거나, 혹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쓰게 하거나, 혹은 스스로 보살의 형상을 조성하고 그리거나 남에게 권유하여 그렇게 하도록 한다면 그 공덕으로 반드시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니라.

그러므로 보광보살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독송하거나, 한 생각만이라도 이 경을 찬탄하고 이 경을 공경하는 사람을 보거든 그대는 마땅히 백천 방편으로 이들에게 권하여서 정근(精勤)하는 마음이 물러나지 않도록 하라. 그리하면 능히 현재와 미래에 백천만억의 불가사의한 공덕을 얻게 되리라.

그리고 또 보광보살이여, 만약 미래 세상에 모든 중생들이 꿈 속이나 잠결에 온갖 귀신이 나타나 슬피울며 근심하고 탄식하거나 두려워하며 겁내는 모습이 보이면, 이는 일생(一生)이나 십생(十生) 또는 백생 · 천생 과거세의 부모나 형제 · 자매 · 남편 · 아내 등 가족들이 악도에 빠져있으나 복력으로 구원해 줄 사람이 아무데도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숙세의 가족[宿世骨肉]들에게 호소하여 도움을 받아 악도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이니라.

보광보살이여, 그대는 신통력으로 그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의 형상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이 경을 읽게 하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서 읽게 하여라. 만일 그들이 세 번 또는 일곱 번을 읽으면 그러한 악도의 권속들이 마땅히 해탈을 얻어 다시는 꿈 속에 나타나지 않으리라.

또 보광보살이여, 만약 미래 세상에서 미천한 사람이거나 또는 모든 자유를 잃은 사람들이 숙세(宿世)의 업보를 깨닫고 참회를 하고자 하거든 지극한 마음으로 지장보살의 존상을 우러러 예배하면서 7일 동안 보살의 명호를 생각하고 불러 만 번을 채울 것이니, 이렇게 하는 사람은 지금의 과보가 다한 후에는 천만 생 동안 항상 존귀한 몸으로 태어나며 다시는 삼악도의 고통을 겪지 않게 되리라.

보광보살이여, 미래세의 염부제에서 바라문 · 찰제리[크샤트리아 : 무사계급] · 장자 · 거사 등 모든 사람들과 그 밖의 다른 종족이라도 새로 태어나는 자가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간에 7일 이내에 이 불가사의한 경전을 읽어주고 다시 보살의 명호를 만 번 불러주면 숙세의 허물로 인하여 죄보를 받을 지라도 곧 해탈을 얻게 되고 안락(安樂)하게 잘 자라고 수명이 연장될 것이며 만약 그가 복을 받아 태어난 자라면 안락과 수명을 더하게 될 것이니라.

보광보살이여, 미래세의 중생들은 매달 1일 · 8일 · 14일 · 15일 · 18일 · 23일 · 24일 · 28일 · 29일과 30일에는 모든 죄를 모아 그 가볍고 무거움을 결정한다. 대개 염부제의 중생으로서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쓰는 것이 업 아님이 없고 죄 아닌 것이 없는데 어찌 하물며 방자한 마음으로 산 목숨을 죽이거나 해치며, 도둑질하고 사음을 하며, 거짓말을 하는 백천 가지의 죄를 일부러 지어야겠느냐.

만약 십재일(十齋日)에 부처님과 보살님과 모든 성현의 존상 앞에서 이 경을 한 번 읽으면 동서남북 백 유순 내에서는 모든 재앙과 고난이 없으며, 그가 사는 집안에 어른이나 어린이가 현재 또는 미래 백천세에 영원히 악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며, 매달 십재일에 이 경을 한 편씩 읽으면 현재의 이 집안에 모든 횡액과 질병이 없게 되고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하게 되리라.

그러므로 보광보살이여, 마땅히 알라. 지장보살은 이와 같이 말할 수 없는 백천만억의 큰 위신력과 이익되는 일이 있음을 알아야 하느니라. 염부제 중생들은 모두가 이 지장보살에게 큰 인연이 있으니, 모든 중생들이 지장보살의 이름을 듣거나, 지장보살의 형상을 보거나 또는 이 경을 석 자나 다섯 자 혹은 한 게송, 한 구절이라도 듣는 자는 현재에 특별히 안락함을 얻을 것이며, 미래세 백천만 생 동안에 항상 단정한 몸으로 존귀한 가문에 태어나게 되리라."

그때 보광보살은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을 칭찬하고 찬탄하심을 보고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래 전부터 이 지장보살이 지닌 불가사의한 위신력과 큰 서원의 힘을 알았사오나, 미래의 중생들에게 알려서 이익을 주기 위하여 짐짓 부처님께 여쭈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경전의 이름은 무엇이라 하오며, 저희들이 어떻게 펴나가야 하오리까. 말씀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보광보살에게 이르시었다.

"보광보살이여, 이 경전의 이름은 대체로 세 가지이니 하나는 '지장본원경'[地藏本願經 : 지장보살의 본원을 밝힌 경]이요, 하나는 '지장본행경'[地藏本行經 : 지장보살이 행한 중생 구제의 일을 밝힌 경]이고, 또 하나는 '지장본서력경'[地藏本誓力經 : 지장보살의 서원의 힘을 밝힌 경]이니라.

이는 지장보살이 오랜 겁으로부터 내려오면서 큰 서원을 거듭 세워서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어왔으니, 너희들은 이 서원에 의지하여 이 경전을 펴 나가도록 하여라."

보광보살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합장하고 공경 예배한 다음 물러갔다.


제7품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이익 되다.

그 때 지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여! 제가 이 염부제의 중생을 살펴보니 몸을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이 죄 아님이 없나이다. 혹 훌륭한 이를 만나더라도 대개가 처음에 낸 마음이 물러갑니다. 혹 악한 인연을 만나면 생각생각에 나쁜 것을 더해 갑니다. 이런 무리들은 마치 무거운 돌을 지고 진흙 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 갈수록 지치고 더 무거워서 발은 깊숙이 빠져드는 것과 같나이다. 다행히 선지식을 만나게 되면 그 짐을 덜어서 져다 주기도 하며 혹은 짐을 죄다 져 주기도 합니다. 이는 선지식에게 큰 힘이 있기 때문이옵니다.

그리고 또 서로 붙들어 도와서 다리를 튼튼하게 해주며, 평지에 이르게 되면 나쁜 길을 살펴보아 다시는 지나가지 않도록 하여 줍니다. 세존이여! 악을 익한 중생은 하찮은 것에서 문득 한량 없는 죄를 저지르고 맙니다. 이런 악습이 있는 중생들이 임종할 때는 그 남녀 권속들이 마땅히 그를 위해 복을 닦아 앞 길을 도와주되, 혹은 깃발을 달고 등불을 밝히며, 혹은 존중한 경을 읽어주고, 혹은 불상과 성상에 공양하며, 내지 부처님과 보살. 벽지불을 염하되, 한 분의 명호를 한 번 부르더라도 임종하는 사람의 귀에 들어가게 하고 혹은 본식(本識)에 듣게 하면, 그런 중생들이 지은 악업으로서는 반드시 나쁜 곳에 떨어질 것이로되, 그 권속들이 임종하는 사람들을 위해 성스런 인(因)을 닦았으므로 그러한 뭇죄가 다 소멸되옵니다.

만약 그가 죽은 뒤 칠칠일(49일) 안에 다시 여러 가지 좋은 공덕을 지어주면, 능히 그 중생으로 하여금 영원히 나쁜 곳을 여의게 하고,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 아주 묘한 낙을 받게 하며, 현재의 권속들도 이익이 한량없사옵니다. 이런 까닭으로, 제가 이제 부처님을 모시고 천. 룡. 팔부와 인. 비인 등에 대하여, 염부제 중생들이 임종하는 날 삼가 살생하지 말고 연을 짓지말며 귀신이나 도깨비들에게 제사 지내고 절하여 구하지 말도록 권하여 주기 바라옵니다.

왜냐하면, 저 산 목숨을 죽이거나 귀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으로는 털끝 만큼도 망인을 이롭게 하는 힘이 없을 뿐더러, 죄연(罪緣)만 맺어서 더욱 깊고 무겁게 하기 때문입니다. 가사, 내세나 현재생에 성스러운 연분을 얻게 되어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더라도, 임종할 때에 그 권속들이 악을 지으면 그 원인으로 이 죽는 사람에게 몹쓸 누가 되어서 좋은 곳에 태어남이 늦어지거늘, 더구나 임종하는 사람이 생전에 일찌기 자그마한 선근도 없었다면 본래 지은 업을 따라 스스로 악도를 받아 갈 것인데, 어찌 차마 권속들이 업을 또 보태리까.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먼 곳에서 오는데 굶은 지 사흘이 되고 짊어진 물건은 백 근이 넘는데, 우연히 이웃 사람을 만나 또 작은 보따리를 덧붙인다면, 이래서 더욱 지쳐버리는 거와 같나이다. 세존이여! 제가 보아하니 염부제 중생이 능히 불교 가운데서 착한 일을 한 터럭. 한 물방울. 한 모래알. 한 티끌 만큼만 하였더라도 이로 인한 이익은 모두 다 자기가 얻게 되옵니다."

이 말을 할 때, 회중에 한 장자가 있어서 이름을 대변(大辯)이라 하였다.

이 장자는 오래 전에 무생(無生)을 증득하고 시방중생을 교화하느라고 장자의 몸을 나투었는데, 합장하고 공경하게 지장보살께 물었다.

"대사시여, 이 남염부제 중생이 명을 마친 뒤에 그의 권속들이 공덕을 닦거나 재를 베풀어 여러가지 좋은 인연을 맺어주면 죽은 사람이 큰 이익을 얻어 해탈케 되나이까?"

지장보살이 대답하였다.

"장자여! 내가 이제 미래와 현재의 모든 중생을 위하여 부처님의 위력을 모시고서 그것을 좀 말하리다. 장자여, 미래 현재의 모든 중생들이 임종할 때에, 한 부처님 명호나 한 보살님 명호나 한 벽지불의 명호만 들어도 죄가 있고 없고를 물을 것없이 다 해탈하게 됩니다.

만약에 어떤 남자나 여인이 살아 있을 적에 착한 인연을 닦지 않고 여러가지 죄만 잔뜩 지었더라도, 명을 마친 뒤에 대소 권속들이 그를 위해 온갖 거룩한 일을 닦아 복되게 하여주면, 그 공덕의 七분의 一은 망인이 얻고 나머지 공덕은 산 사람의 차지가 됩니다. 이러하므로, 미래와 현재의 선남 선녀들은 이 말을 잘 듣고 스스로 닦아야 그 공덕을 모조리 얻게 됩니다. 죽음의 귀신이 기약없이 닥쳐오면, 어둠 속을 헤매는 혼신이 자신의 죄와 복을 알지 못하고 사십구(49) 일 동안을 바보처럼 귀머거리처럼 되었다가, 중생의 죄업을 심판하는 곳에서 그의 업과(業果)를 변론하고 결정한 뒤에야 그의 업대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앞 길을 예측할 수 없는 그 사이에도 근심과 고통이 천만 가진데, 하물며 저 악도에 떨어졌을 때이리까?

이 명을 마친 사람이 아직 새로운 생을 받지 못하는 사십구 일 동안에는 생각생각에 혈육권속들이 그를 위해 복을 지어 고통에서 구출하여 주기를 바라다가 사십구 일이 지나면 업를 따라 보를 받게 됩니다. 만약 그가 죄인이라면 천년 만년을 지나도 해탈할 날이 없을 것이요, 만약 무간죄를 지어서 대지옥에 떨어진다면 천겁 만겁토록 길이 온갖 고통을 받게 됩니다. 장자여! 또 이런 죄업 중생이 명을 마친 뒤에 혈육권속들이 망자를 위해 재를 베풀어 가는 길을 도와주되, 아직 재식을 마치기 전이나 재를 마련할 적에 쌀뜨물이나 채소찌꺼기 등을 함부로 땅에 버리지 말고, 모든 음식을 부처님과 스님께 올리기 전에 먼저 먹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에 이를 어겨 먼저 먹거나 정근치 않으면 이 망자는 결국에 복력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만약 능히 정성스럽게, 깨끗하게 부처님과 스님께 받들어 올리면 이 망자가 그 공덕의 七분의 一을 얻게 됩니다.

장자여! 이러하므로, 염부제 중생이 능히 그 부모나 권속을 위하여, 목숨이 다한 뒤에 재를 베풀어 공양하되,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껏 하면 죽은 사람도 산사람도 다 함께 이익을 얻게 됩니다."

이 말을 할 때, 도리천궁에 있던 천만억 나유타의 염부제 귀신들이 모두 다 한량없는 보리심을 발하였고, 대변장자는 가르침을 받들고 기뻐하면서 절을 하고 물러갔다.


제 8품

염라왕의 무리들을 찬탄하심

이 때 철위산 안의 한량없는 귀왕들이 염라천자와 함께 도리천에 와서 부처님 계신 곳에 모여들었다. 이른바 악독한 귀왕[惡毒鬼王] · 악이 많은 귀왕[多惡鬼王] · 잘 싸우는 귀왕[大爭鬼王] · 흰 호랑이 귀왕[白虎鬼王] · 피 호랑이 귀왕[血虎鬼王] · 붉은 호랑이 귀왕[赤虎鬼王] · 재앙을 퍼뜨리는 귀왕[散殃鬼王] · 날아다니는 귀왕[飛身鬼王] · 번개불 귀왕[電光鬼王] · 이리 어금니 귀왕[狼牙鬼王] · 천 눈 귀왕[千眼鬼王] · 짐승 잡아 먹는 귀왕[啖獸鬼王] · 돌을 가진 귀왕[負石鬼王] · 농사 맡은 귀왕[主耗鬼王 ]· 재앙 맡은 귀왕[主禍鬼王] · 복 맡은 귀왕[主福鬼王] · 음식 맡은 귀왕[主食鬼王] · 재물 맡은 귀왕[主財鬼王] · 가축 맡은 귀왕[主畜鬼王] · 새 맡은 귀왕[主禽鬼王] · 짐승 맡은 귀왕[主獸鬼王] · 도깨비 맡은 귀왕[主魅鬼王] · 출산 맡은 귀왕[主産鬼王] · 목숨 맡은 귀왕[主命鬼王] · 질병을 맡은 귀왕[主疾鬼王] · 험한 길을 맡은 귀왕[主險鬼王] · 세 눈 귀왕[三目鬼王] · 네 눈 귀왕[四目鬼王] · 다섯 눈 귀왕[五目鬼王] · 기리실왕 · 대기리실왕 · 기리차왕 · 대기리차왕 · 아나타왕 · 대아나타왕 등이었다.

이러한 대귀왕들은 각각 백천의 여러 소귀왕과 더불어 모두 염부제에서 살고 있으며, 그들은 각각 맡은 일이 있고 머무는 곳이 따로 있었다. 이 모든 귀왕이 염라천자와 더불어 부처님의 위신력과 지장보살마하살의 힘을 받들어 다 함께 도리천에 이르러 한쪽에 공손히 서 있었다.

그 때 염라천자가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의 위신력과 지장보살마하살의 힘을 받들어 이 도리천의 큰 모임에 오게 된 것은 저희들이 좋은 이익을 얻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이제 약간 미심쩍은 일이 있어 감히 묻사오니,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자비로써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염라천자에게 이르셨다.

"그대는 마음대로 물어라. 그대를 위하여 말하여 주리라."

이 때 염라천자가 부처님께 우러러 절을 하고 지장보살을 돌아보고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장보살을 생각하건대 육도(六道) 중에 계시면서 백천 가지 방편으로 죄지어 고통받는 중생을 제도하시며 피곤함도 괴로움도 모르시옵니다.

이 대보살께서는 이와 같은 불가사의한 신통력이 있사오나, 중생들은 죄보에서 잠시 벗어났다가도 오래지 않아 또다시 악도에 떨어지고 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지장보살은 이미 이와 같은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지니고 계신데 중생들은 어찌하여 옳은 법에 의지하여 영원한 해탈을 얻지 못하나이까?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염라천자에게 이르셨다.

"염부제 중생은 성품이 억세고 거칠어서 길들이기 어렵고 꺾기 어려운데도 이 대보살은 백천겁 동안 그러한 중생들을 하나하나 구제하여 일찍이 해탈의 길로 인도하였느니라. 그리고 지장보살은 방편의 힘으로 큰 악도에 떨어진 죄인들까지도 그들로 하여금 지난 세상[宿世]의 일을 깨닫게 하여 근본업연(根本業緣)에서 구제하지만 염부제 중생은 나쁜 업에 깊이 물들어 있어 나왔다가는 다시 들어가 이 보살을 수고롭게 하고 오랜 겁을 지내면서 제도하여야 비로소 해탈하게 되느니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자기 본래의 집을 잃고 방황하다가 잘못하여 험한 길로 들어섰는데 그 험한 길에는 수 많은 야차와 호랑이 · 사자 · 구렁이 · 독사 등이 있었느니라. 길 잃은 사람이 험한 길에서 잠깐 사이에 이 모든 사나운 것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여러 가지 사나운 짐승 및 야차의 독까지도 잘 풀 수 있는 술법을 가진 선지식이 나타나 자꾸만 험한 길로 들어서려는 길 잃은 사람을 보고 큰 소리로 외쳤느니라.

'이 딱한 사람아, 어쩌자고 이런 길로 들어왔는가? 어떤 기이한 술법이라도 있어 모든 맹수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말인가?'

길 잃은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비로소 험한 길에 들어선 것을 알고 곧 물러나서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느니라.

그 때 이 선지식은 그를 험한 길 속의 여러 악독한 것으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이끈 후에 그에게 말하였느니라.

'이 딱한 사람아, 다음부터는 저 길로는 절대 가지 마라. 저 길로 들어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려우며 또 목숨까지도 위험하니라.'

이 말을 듣고 길 잃은 사람은 깊은 감동을 받았느니라. 헤어질 때 선지식은 또 일러두었느니라.

'만약 이 길을 가는 사람을 보면 그가 친지이거나 아니거나 또 남자거나 여자거나 간에 저 길에는 여러 가지 사납고 독한 것들이 많아서 목숨을 잃게 된다고 말해 주어 그들이 죽음의 길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라.'

이와 같이 지장보살은 대자비를 갖추어 죄지어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여 천상이나 인간으로 태어나게 하고 뛰어난 즐거움을 받도록 해주며, 이 모든 죄지어 고통받는 중생들이 업보의 괴로움을 알아 악도에서 벗어나 다시는 그 길로 들어서지 않게 하느니라.

이것은 저 길 잃은 사람이 험한 길로 잘못 들어갔을 때에 선지식을 만나 이끌려 나오게 되어 다시는 그런 곳에 빠져들지 않는 것과 같고, 그가 다시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지 말도록 권한다면 자연히 이로 인하여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 해탈을 얻게 되고 다시는 악도에 들어가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만약 또 다시 그 길을 밟는다면 아직도 미혹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어서 예전에 빠졌던 험한 길을 깨닫지 못하고 다시 빠져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것처럼 저 악도에 떨어진 중생들을 지장보살은 방편의 힘으로 구해내어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게 하나 저들은 다시 돌고 돌아 또 악도에 들어가나니, 만약 이와 같이 업이 무거우면 영원히 지옥에 빠지게 되어 해탈하기가 어려우니라."

그 때 악독귀왕이 합장 공경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여러 귀왕들은 그 수가 한량 없나이다. 염부제에 있으면서 사람에게 이익을 주기도 하고, 사람에게 손해를 주기도 하는 것이 각각 서로 같지가 않으니 이것은 저희들의 업보가 다르기 때문이옵니다. 제가 권속들로 하여금 여러 세계를 돌아 다니게 해 보니 악한 것은 많고 선한 것은 적나이다. 사람의 가정이나 혹은 도시 · 마을 · 장원 · 주택을 지나다가 어떤 남자나 여인이 한 티끌 만큼이라도 착한 일을 하거나, 불법을 찬양하는 깃발이나 일산 또는 향이나 꽃을 가지고 부처님이나 보살님의 존상 앞에 공양을 올리거나 또는 존귀한 경전을 독송하거나, 향을 사루어 부처님 법문의 한 구절이나 한 게송이라도 공양하면 저희들 귀왕은 이 사람에게 예배 공경하기를 저 과거 · 현재 · 미래의 모든 부처님을 섬기듯 하겠나이다.

또한 힘이 센 '토지를 맡은 작은 귀신'들로 하여금 다시 호위하게 하여서 사나운 횡액과 몹쓸 병과 뜻에 맞지 않은 일들이 이 사람의 집 근처에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거늘 하물며 그런 것이 그 집안으로 들어가게 하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악독귀왕을 칭찬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희들과 염라천자가 함께 이와 같이 선남자 · 선여인을 보호하니 내 또한 범왕과 제석에게 일러서 너희들을 지키고 돕게 하리라."

이 말씀을 하실 때 모임 가운데 수명을 맡은 '주명귀왕(主命鬼王)'이 있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업연이 염부제 사람들의 수명을 맡아 저들의 태어남과 죽음을 모두 관장하나이다. 제 본래의 원은 중생을 크게 이익되게 하려는 것이오나, 중생들은 제 뜻을 알지 못하고, 나고 죽음에 모두 편안함을 얻지 못하나이다.

만약 이 염부제에 아기가 태어나려 할 때 남자거나 여자거나 집안 사람들이 착한 일을 하게 되면 집안에 이익이 더하고 토지신도 한없이 기뻐하면서 아기와 어머니를 보호하여 큰 안락을 얻게 하고 가족도 이롭게 하나이다. 그러므로 아이를 낳은 뒤에는 조심하여 살생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데 여러 가지 비린 것들을 가져다가 산모에게 먹이며, 또한 많은 친척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으며, 노래를 부르고 풍악을 울리고 즐긴다면 모자(母子)가 함께 편안함과 즐거움을 얻지 못하게 되나이다.

왜냐하면 아이를 낳을 때 무수한 악한 귀신과 도깨비들이 비린내 나는 피를 먹고자 하기 때문에 제가 미리 집안의 토지신들로 하여금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여서 편안하게 하나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안락함을 얻었으면 마땅히 착한 일을 하여서 여러 토지신들에게 보답하여야 하거늘 도리어 산 목숨을 죽여서 잔치를 베풀곤 하니, 이는 스스로 재앙을 불러 산모와 아기에게 함께 해를 입히는 것이 되나이다.

그리고 또 염부제 사람들이 목숨을 마치게 되면 저는 그 사람의 선악을 묻지 않고 그들을 모두 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데, 더구나 스스로 선근을 닦는다면 저의 힘을 더하여 주는 것이 되오니 어찌 다행이 아니겠나이까? 그러나 이 염부제에서 선을 행한 사람들도 임종할 때에는 역시 백천이나 되는 악도에 빠진 귀신들이 부모나 모든 가족의 형상으로 변하여 나타나 죽은 이를 이끌어 악도에 빠지게 하거늘, 하물며 본래부터 악을 지은 자들은 말해 무엇 하겠나이까?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염부제의 남자와 여자들은 임종할 때에는 정신이 아득해져 선악을 분간하지 못하고, 눈과 귀로는 아무 것도 보고 들을 수 없나이다. 이 때 그의 가족들이 큰 공양을 베풀고 귀중한 경전을 읽으며 부처님과 보살님의 명호를 생각하고 부르면 이러한 좋은 인연으로 죽은 이가 모든 악도에서 벗어나게 되고, 마군과 귀신들도 모두 흩어져 사라지게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중생이든지 임종할 때에 만약 한 부처님이나 한 보살님의 명호라도 듣거나 혹은 대승경전의 한 구절, 한 게송이라도 듣는다면 제가 이러한 사람들을 살펴 오무간지옥에 떨어질 살생의 죄만 아니라면 조그만 악업으로 인하여 악도에 떨어질 자들은 모두 해탈을 얻게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주명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대자비로 큰 서원을 세워, 나고 죽는 가운데서 모든 중생들을 보호하는구나. 미래세에도 남녀 중생들이 나고 죽을 때 그대가 이 원력에서 결코 물러서지 말고 모두 해탈하게 하여 안락함을 얻게 하라."

주명귀왕이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염려하지 마옵소서. 제가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생각생각마다 염부제의 중생들을 보호하여 날 때나 죽을 때나 모두 안락함을 얻게 하고, 모든 중생들이 나고 죽을 때에 저의 말을 믿고 받아들여 모두 해탈하여 큰 이익을 얻게 되기를 바라겠나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수명을 맡은 주명귀왕은 이미 과거 백천 생 동안을 지나오면서 대귀왕이 되어서 나고 죽는 가운데서 중생을 보호하고 있나니, 이는 보살이 자비원력으로 대귀왕의 몸을 나타낸 것이지 실재로는 귀신이 아니니라. 앞으로 일백칠십 겁을 지나서 주명대귀왕은 마땅히 성불할 것이니 명호는 '무상여래(無相如來)'이고, 겁의 이름은 안락(安樂)이며, 세계의 이름은 정주(淨住)이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가히 헤아릴 수 없는 겁이 되리라.

지장보살이여. 이 대귀왕의 일은 이와 같이 불가사의하여서 그가 제도하는 사람과 하늘사람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라."



제9품

부처님 명호를 부르면

그 때, 지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미래 중생을 위해서 이익될 일을 연설하여 생사고해 중에서 큰 이익을 얻도록 할까 하오니, 세존께서는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그대가 이제 자비심을 일으켜 육도의 모든 고통받는 중생을 건져내려고 불가사의한 일을 말하고자 하는구나. 지금이 바로 그때로다. 마땅히 어서 설할지니라. 나는 곧 열반하리니, 그대의 그 원을 빨리 마치게 하면, 나도 또한 현재와 미래의 일체 중생에게 근심이 없게 되리라."

지장보살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여! 과거 한량없는 아승지 겁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를 무변신(無邊身)여래라 하였사옵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이 부처님 명호를 듣고 잠깐이라도 공경심을 낸다면 바로 사십 겁의 생사중죄(生死重罪)를 벗어나게 되옵거든, 하물며 그 부처님의 형상을 그리거나 만들어 공양하고 찬탄함이리까. 그 사람은 한량없고 가없는 복을 얻으리라.

 

또 과거 항하사 겁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를 보승(寶勝)여래라 하였사옵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이 부처님 명호를 듣고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사이라도 귀의하는 마음을 낸다면, 이 사람은 무상도(無上道)에서 길이 퇴전치 않으리다.

 

또 옛적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를 파두마승(波頭摩勝)여래라 하였사옵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이 부처님 명호를 들어서 귀를 거치게 되면, 이 사람은 마땅히 육욕천(六欲天)에 천 번을 태어날 것인데, 하물며 지극한 마음으로 염불함이리까.

 

또 과거 말로 할래야 할 수도 없는 아승지 겁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를 사자후(獅子吼)여래라 하였사옵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이 부처님 명호를 듣고 일념으로 귀의하면, 이 사람은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을 만나서 마정수기(摩頂授記)를 받으리라.

또 옛적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를 구류손(拘留孫)불이라 하였사옵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이 부처님 명호를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우러러 예배하고, 더구나 또 찬탄한다면, 이 사람은 현겁(賢劫)의 천불 회상에서 대범천의 하느님이 되어 으뜸가는 수기를 받으리라.

 

또 옛적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호를 비바시(毗婆尸)불이라 하였사옵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이 부처님 명호를 들으면 길이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 아주 묘한 낙을 받으리다.

또 과거 무량 무수한 겁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호를 보상(寶相)여래라 하였사옵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이 부처님 명호를 듣고 공경심을 낸다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으리라.

 

또 과거 무량 무수 겁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를 가사당(袈沙幢)여래라 하였사옵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이 부처님 명호를 들으면 곧 일백 대겁 동안 나고 죽고 한 죄를 벗어나게 되옵니다.

또 옛적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호를 대통산왕(大通山王)여래라 하였사옵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이 부처님 명호를 들으면, 이 사람은 항하 모래수와 같은 많은 부처님을 만나서 널리 설법하심을 듣고 반드시 보리를 이루리다.

또 옛적에 정월불(淨月佛). 산왕불(山王佛). 지승불(智勝佛). 정명왕불(淨明王佛). 지성취불(智成就佛). 무상불(無上佛). 묘성불(妙聲佛). 만월불(滿月佛) .월면불(月面佛) 같은 말할 수도 없는 여러 부처님이 계셨나이다. 세존이여, 현재나 미래의 일체 중생이, 만약 하늘이거나 인간이거나 남자거나 여자거나, 단 한 부처님 명호만 염하여도 그 공덕이 한량없거늘, 하물며 많은 부처님 명호를 염하는 것이리까. 이 중생들은 날 때나 죽을 때나 스스로 큰 이익을 얻어 끝내 악도에 빠지지 않으리다.

만약 임종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집안 권속이 한 사람이라도 이 병자를 위하여 높은 소리로 한 부처님 명호만 염하여도, 명을 마치는 이 사람은 오무간대죄(五無間大罪)가 없어지고 나머지 업보 따위도 다 소멸되옵니다.이 오무간대죄가 너무나 무거워서 비록 억겁을 지내어도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것이지만, 임종할 때에 딴 사람이 그를 위해 부처님 명호를 불러 주어도 저런 중죄가 또한 점차로 소멸되거늘, 하물며 그 중생 스스로가 염불을 함이리까. 한량없는 복을 얻고 한량없는 죄가 소멸되나이다."



제10품

보시한 공덕을 비교하다.


그 때, 지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 꿇어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여! 제가 업도(業道) 중생의 보시 공덕을 비교하여 헤아려 보니 가볍고 무거움이 있어서 한 생만 복을 받는 이도 있고, 열 생을 받는 이도 있고, 백 생 천 생토록 큰 복을 받는 이도 있사오니, 이것은 어쩐 일이옵니까? 세존이여, 저를 위해 말씀하여 주옵소서."

이 때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일체 대중이 모인 도리천궁 법회에서 염부제의 보시 공덕의 경중을 비교하여 말하리니, 그대는 자세히 들으라. 내가 그대를 위해 말하리라."

 

지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것이 의심되오니, 즐거이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남염부제에 있는 모든 국왕이나 재상. 대신, 대장자. 대찰리. 대바라문들이 가장 빈궁한 자나 꼽추. 벙어리. 귀머거리. 장님 같은 갖은 불구자를 만나서 이 대국왕 등이 보시하고자 할 때, 만약 능히 큰 자비심으로 하심하여 웃음을 머금고 손수 두루 보시하거나 혹은 사람을 시켜 베풀며 부드러운 말로 위로한다면, 이 국왕 등이 얻게 되는 복리는 백항하사(白恒河沙) 부처님께 보시한 공덕과 같느니라. 왜냐하면 저런 높고 귀한 자리에 있는 이들이 가장 비천한 무리와 불구자들에게 큰 자비심을 낸 까닭이니라. 따라서 그만한 복이 생겨 백천생(百千生) 언제나 칠보가 그득할 것인데, 하물며 의복과 음식 같은 일용품이랴.

지장보살이여! 또, 만약 미래세에 모든 국왕이나 바라문들이 부처님의 탑사(塔寺)나 혹은 부처님 형상이나 보살. 성문. 벽지불의 형상을 만나, 몸소 힘을 써서 마련하여 공양하고 보시한다면 이 국왕 등은 마땅히 삼 겁 동안 제석천(宰釋天) 하느님이 되어 아주 묘한 낙을 받으리라. 만약 능히 이 보시한 복리를 법계에 돌리면, 이 대국왕 등은 십 겁 동안에 항상 대범천(大梵天)의 하느님이 되리라.

 

지장보살이여! 또, 미래세에 모든 국왕이나 바라문들이 옛 부처님의 탑묘(塔廟)나 경전. 불상이 허물어지고 파손된 것을 보았을 때, 능히 마음을 내어서 보수하되, 이 국왕 등이 스스로 힘써 마련커나 혹은 딴 사람들에게 권하여서 보시 인연을 많이 맺어 준다면, 이 국왕 등은 백천생에 항상 전륜왕의 몸이 될 것이요, 함께 보시한 딴 사람들은 백천생에 항상 작은 국왕의 몸이 되리라. 더구나 탑묘 앞에 회향(回向)할 마음을 낸다면, 이 같은 국왕과 저 모든 사람들이 다 불도를 이루리니, 이 과보는 한량없고 가없느니라.

지장보살이여! 또, 미래세에 모든 국왕이나 바라문들이 늙고 병든 자와 해산하는 부녀들을 보고서, 만약 한 생각 동안이라도 큰 자비심을 내어서 의약. 음식. 와구(臥具)를 보시하여 편안케 하여 준다면, 이러한 복리는 아주 부사의하여서 일백 대겁 동안을 항상 정거천(淨居天)의 하느님이 될 것이요, 이백 대겁 동안은 항상 육욕천의 하느님이 되리라. 그래서 영원히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백천 생에 괴로운 소리가 귀에 들리지도 않을 것이며, 필경엔 성불하리라.

지장보살이여! 또, 만약 미래세에 모든 국왕이나 바라문들이 능히 이 같은 보시를 한다면 한량없는 복을 얻고, 더구나 능히 법계에 회향한다면 많고 적고를 물을 것 없이 필경엔 부처를 이루거늘, 하물며 제석. 범천의 하느님이나 전륜왕의 과보이랴. 이러므로 지장보살이여, 중생들에게 널리 권하여 마땅히 이렇게 배우도록 하라.

지장보살이여! 또, 미래세에 만약 선남자 선녀인이 불법 중에서 털끝만큼의 작은 선근을 심어도 받게 되는 복리는 뭣으로 비유할 수도 없느니라. 지장보살이여! 또 미래세에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부처님 형상이나 보살. 벽지불. 전륜왕의 형상을 만나서 보시 공양한다면, 항상 인간이나 천상에서 아주 묘한 낙을 받을 것이며, 만약 능히 법계에 돌리면 이 사람의 복리는 비유도 할 수 없느니라.

지장보살이여! 또, 미래세에 만약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대승경전을 만나 혹 한 게송. 한 귀절을 듣고 소중한 마음을 내어 찬탄 공경하고 보시 공양한다면, 이 사람은 한량없고 가없는 큰 과보를 얻고, 만약 능히 법계에 돌리면 복은 무엇으로도 비유할 수 없느니라.

지장보살이여! 또, 만약 미래세에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부처님의 탑사나 대승경전을 만나 새 것은 보시 공양하며 우러러 예배하고 찬탄 공경하며, 혹은 오래되어 헐고 무너진 것을 만나거든 보수하여 고치되, 혹은 혼자서 마음을 내어 하거나 혹은 남에게 권하여 함께 하거나 한다면, 이런 무리들은 삼십 생 동안을 항상 작은 국왕이 되고 단월(檀越)이 된 사람은 항상 전륜왕이 되어 착한 법으로써 작은 국왕들을 교화하리라.

지장보살이여! 또, 미래세에 만약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불법 중에서 혹은 보시 공양하고 혹은 탑과 절을 보수하고 혹은 경전을 잘 꾸며서 선근을 심되, 비록 한 터럭. 한 티끌. 한 모래. 한 물방울만한 착한 일이라도 다만 능히 법계에 돌리면, 이 사람은 그 공덕으로 백천 생에 으뜸가는 묘한 낙을 받으리라. 다만 자기집 권속이나 자신의 이익으로만 돌린다면, 이런 과보는 삼생의 낙이 될 뿐이니라. 하나로써 만 가지 복을 얻게 되나니, 지장보살이여, 보시의 인연이 이러하니라."

 


제 11

지신(地神)이 법을 옹호하다.


그때, 견뢰지신(堅牢地神)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여! 제가 옛부터 오면서 한량없는 보살마하살을 우러러 정례하였사온데, 모두가 불가사의한 큰 신통력과 지혜로서 널리 중생을 제도하시지만, 이 지장보살마하살은 저 모든 보살들보다도 서원이 더 깊고 무겁나이다.

세존이여! 이 지장보살은 염부제에 큰 인연이 있나이다. 저 문수. 보현. 관음. 미륵보살도 역시 백천가지 몸으로서 육도 중생을 제도하시지만 그 원은 오히려 끝이 있사오니, 이 지장보살은 육도의 일체 중생을 교화하시며 서원을 발한 겁 수가 천백억 항하사와 같나이다. 세존이여! 제가 살펴보니 미래나 현재의 중생들이 사는 곳에서 남쪽 정결한 땅에 흙. 돌. 대나무 등으로써 집을 지어, 그 속에 지장보살의 형상을 탱화나 금. 은. 동. 철로 조성하여 모시고 향을 사루어 공양하며 우러러 예배하고 찬탄하면, 이 사람은 사는 곳에서 곧 열 가지 이익을 얻게 되옵니다.

열 가지라 함은,

첫째는 토지에 풍년들고,

둘째는 집안이 언제나 편안하며,

셋째는 먼저 죽은 권속들이 천상에 태어나고,

넷째는 살아있는 가족들은 수명이 더하며,

다섯째는 구하는 것이 뜻대로 되고,

여섯째는 화재나 수재가 없으며,

일곱째는 헛되이 소모되는 것이 없고,

여덟째는 사나운 꿈이 끊어지며,

아홉째는 출입할 때 신장이 보호하고,

열째로는 거룩한 인연을 많이 만나는 것이옵니다.

 

세존이여! 미래세나 현세의 중생이 만약 머물러 사는 곳에서 능히 저러한 공양을 지으면 이와 같은 이익을 얻게 되옵니다."

견뢰지신이 부처님께 또 아뢰었다.

"세존이여! 미래세에 만약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이 경전과 보살의 형상을 모시고, 이 사람이 능히 경전을 읽으며 보살에게 공양하면, 제가 언제나 밤낮으로 저의 본신력으로써 이 사람을 호위하여 물. 불. 도적과 크고 작은 횡액이나 온갖 나쁜 일은 다 없게 하오리다."

부처님이 견뢰지신에게 말하기를

"견뢰여! 그대의 큰 신력에는 모든 신들이 따르기 어렵도다. 왜냐하면 염부제의 토지가 모두 그대의 보호를 받으며 풀. 나무. 모래. 돌. 곡식. 보배 등 땅으로 해서 있는 것은 모조리 그대의 힘을 입기 때문이고, 또 그대가 지장보살의 이익에 대하여 찬탄하고 있으니, 그대의 공덕과 신통은 보통 지신들보다 백 천 배가 되느니라.

만약 미래세에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지장보살을 공양하며 이 경전을 독송하되, 이 본원경에 의지하여 다만 한 가지 일이라도 실천한다면, 그대가 본신력으로써 그를 옹호하여 온갖 재해와 여의찮은 일이 귀에 들리지도 않게 할 것인데, 하물며 받게 하랴. 단지 그대만이 이 사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제석. 범천의 하느님 권속이며 온갖 하늘의 권속들도 이 사람을 옹호하느니라. 어찌하여 이러한 성현들의 옹호를 받게 되는고? 이는 다 지장보살의 형상에 우러러 예배하고 이 지장본원경을 독송한 까닭이며, 필경에는 자연히 고해를 벗어나 열반락(涅槃樂)을 얻게 되므로 큰 옹호를 얻는 것이니라."

 


제 12품

보고 들어 얻는 이익

그 때, 세존께서 정수리 위로부터 백천만억의 큰 호상광(毫相光)을 쏟아 놓으셨다. 이른바, 백(白)호상광, 대백호상광, 서(瑞)호상광, 대서호상광, 옥(玉)호상광, 대옥호상광, 자(紫)호상광, 대자호상광, 청(靑)호상광, 대청호상광, 벽(碧)호상광, 대벽호상광, 홍(紅)호상광, 대홍호상광, 록(綠)호상광, 대록호상광, 금(金)호상광, 대금호상광, 경운(慶雲)호상광, 대경운호상광, 천륜호광(千輪毫光), 대천륜호광, 보륜(寶輪)호광, 대보륜호광, 일륜(日輪)호광, 대일륜호광, 월륜(月輪)호광, 대월륜호광, 궁전(宮殿)호광, 대궁전호광, 해운(海運)호광, 대해운호광이었다.

정수리 위에서 이런 호상광을 놓으시고는 미묘한 음성으로 천. 룡. 팔부. 인. 비인 등 모든 대중에게 이르렀다. "듣거라, 내가 오늘 도리천궁에서 지장보살이 인간과 천상에 이익을 주는 부사의한 일과 성현의 지위에 뛰어오르게 하는 일과 십지를 증득한 일과 필경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 서지 않게 하는 일들을 더 높이 찬탄하리라."

이 말씀을 하셨을 때, 회중에 있던 관세음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 꿇어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여! 이 지장보살마하살은 큰 자비를 갖추시고 죄고중생을 가엾이 여기시어 천만억 세계에서 천만억 몸으로 화현하시며, 지니신 공덕과 부사의한 위신력을 저는 이미 들었나이다. 세존께서 시방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과 더불어 이구동성으로 지장보살을 찬탄하시옵는데, 어찌하여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그 공덕을 말씀하셔도 오히려 못다 하옵니까? 또, 앞서도 세존께서 널리 대중에게 이르시며 지장보살의 이익에 대한 일을 찬양하고자 하심을 뵈었나이다. 세존이여! 현재와 미래의 일체중생을 위하사 지장보살의 부사의한 일을 말씀하셔서 천. 룡. 팔부들로 하여금 우러러 예배하고 복을 얻게 하여 주옵소서."

부처님이 관세음보살에게 이르렀다.

"그대는 사바세계에 큰 인연이 있노니, 만약에 하늘이거나 용이거나 남자거나 여자거나 신(神)이거나 귀(鬼)거나 육도의 어떤 죄고중생이라도, 그대의 명호를 듣거나 그대의 형상을 보거나 그대를 흠모하거나, 그대를 찬탄한다면, 이 중생들은 모두가 위없는 도에서 물러가지 않고 항상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서 묘한 낙은 다 받을 것이며, 장차 인과가 익어지면 부처님의 수기를 받으리라. 그대가 이제 큰 자비로써 중생을 불쌍히 여겨, 내가 지장보살의 부사의한 이익에 대하여 밝혀 말하는 것을 듣고자 하는구나. 그대는 잘 들으라. 내가 이제 말하리라."

관세음보살이 말씀드렸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여, 즐거이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미래나 현재의 모든 세계 중에 어떤 하늘 사람이 누리던 천복(天福)이 다하여 오쇠상(五衰相)이 나타나고 혹은 악도에 떨어지게 되었더라도, 이러한 하늘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그런 모양이 나타날 때, 혹은 지장보살의 형상을 보고 혹은 지장보살의 명호를 듣고서 한번 우러러 한 번만 절하더라도, 이들은 다시 천복이 더하여져 쾌락을 크게 받고 영영 삼악도의 보를 겪지 않으리라. 더구나, 이 보살을 보고 듣고는 향. 꽃. 의복. 음식. 보배. 영락 등으로 보시 공양함에서랴. 얻게 되는 공덕과 복리는 한량없고 가없으리라.

관세음보살이여! 또, 만약 미래나 현재의 모든 세계에서 육도 중생이 명을 마치려 할 때, 지장보살의 명호를 들려주어 그 한 소리만 귀에 들어가게 하여도, 이 중생들은 영원히 삼악도의 고통을 겪지 않으리라. 하물며 임종할 때 부모나 권속이 죽는 사람의 사택. 재물. 보배. 의복 등을 바쳐서 지장보살의 형상을 만들고 그리며, 혹은 앓는 사람이 죽기 전에, 길을 아는 권속이 그를 위해 그의 재산으로 지장보살의 형상을 만들고 그리는 것을 알려서 병자가 눈으로 보고 듣게 함에서랴. 이 사람은 지은 업보로 중병을 앓는 것이 마땅하더라도 그 공덕을 입어서 곧 낫게 되고 수명도 더하리라. 이 사람이 만약 업보로 명이 다 하여, 지어 놓은 모든 죄장(罪障)과 업장(業障)으로 악도에 떨어지는 것이 마땅하더라도 그 공덕을 입어서 죽은 뒤에 바로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 아주 묘한 낙을 받고 모든 죄장도 다 소멸되리라.

관세음보살이여! 또, 만약 미래세에 어떤 남자나 여인이 혹은 젖먹이 때나 혹은 세살 다섯살 열살 아래에 부모나 형제자매를 잃고서, 그 사람이 장성한 뒤에 부모나 권속들을 생각하고 그리워함에 어느 곳에 떨어졌는지, 어느 세계에 태어났는지, 어느 천상에 났는지 모르거든, 이 사람이 만약 능히 지장보살의 형상을 만들거나 그려모시고, 그 명호를 부르며 한 번 우러러 한 번 절하면서 칠일이 되도록 첫 마음이 물러가지 않고 예배하고 공양한다면, 이 사람의 권속이 설사 악업 때문에 악도에 떨어져 여러 겁을 지나게 될 자라도, 남녀 형제자매가 지장보살의 형상을 만들거나 그려서 우러러 예배한 공덕을 입어 곧 해탈하고,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 아주 묘한 낙을 받게 되리라. 죽은 사람이 복력이 있어서 이미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 낙을 받고 있다면 그 공덕으로 성스러운 인연이 더하여서 무량한 낙을 누리게 되리라. 이 사람이 또 능히 삼칠일 동안, 일심으로 지장보살의 형상에 첨례하며 그 명호를 염하여 만번을 채우면, 보살이 가없는 몸을 나타내어 그 권속이 태어난 세계를 다 알려주며, 혹은 꿈 속에서 보살이 큰 신력을 나투어 친히 이 사람을 거느리고 여러 세계에 나아가서 권속들을 보여주느니라. 또 능히 날마다 보살의 명호를 천 번씩 염하여 천 일에 이르면, 보살이 그가 사는 곳의 토지신을 시켜 종신토록 돌보게 하여, 현세에 의식이 철철 넘치고 괴로운 질병들을 없게 하며 어떤 횡액도 그 집 문 안에 들지 못하게 하거든, 하물며 그 사람의 몸에 미치게 하랴. 이 사람은 필경에 보살의 마정수기를 받으리라.

관세음보살이여! 또, 만약 미래세에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광대한 자비심을 내어 일체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거나 위없는 보리를 닦고자 하거나 삼계(三界)에서 뛰어나고자 한다면, 이 모든 사람들이 지장보살의 형상을 보거나 명호를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며, 혹은 향. 꽃. 의복. 보물. 음식으로 공양하고 첨례하면 이 선남녀들은 소원이 속히 이루어지고 영원히 장애가 없게 되리라.

관세음보살이여! 또, 만약 미래세에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현재와 미래에 백천만억의 여러 소원과 백천 만억의 여러 일들을 이루고자 하거든, 다만 지장보살에게 귀의하여 그 형상에 우러러 공양하고 찬탄하면, 그 모든 소원과 그 하는 바가 다 성취되리라. 또 지장보살이 큰 자비로써 영원히 나를 지켜주기 원한다면, 이 사람은 잠 자는 꿈속에서 보살의 마정수기를 받으리라.

관세음보살이여! 또 만약 미래세에 선남자 선녀인이 대승경전을 깊이 존중하여 부사의한 마음을 내어서 독송하고자 하는데, 비록 밝은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아 익혀도, 외웠다가는 금방 잊어서 긴 세월이 흘러도 능히 독송하지 못하는 것은, 이 선남녀가 묵은 업장이 없어지지 않는 때문에 대승경전을 독송하는 성품이 없는 것이니, 이러한 사람은 지장보살의 명호를 듣고 형상을 보고서 본심을 다하여 공경하게 그 사실을 아뢰고, 또 향. 꽃. 의복. 온갖 장엄구로써 보살을 공양하고, 깨끗한 물 한 잔을 하룻낮 하룻밤 동안 보살 앞에 올렸다가 합장하고 마시되, 머리를 돌려 남쪽으로 향하고 입을 댈 적에는 지극히 정중한 마음으로 해야 되느니라. 물을 마시고는 오신채(五辛菜). 술. 고기. 사음(邪淫). 망어(妄語). 살생을 칠 일 혹은 삼칠일 동안 삼가하면, 이 선남자 선녀인은 꿈에 지장보살이 가없는 몸을 나타내어 이 사람 처소에서 관정수(灌頂水) 주는 것을 다 보게 되리라. 그 사람이 꿈을 깨면 바로 총명을 얻어서 경전을 한번 들으면 길이 기억하여 다시는 한 글귀. 한 게송도 잊지 않으리라.

관세음보살이여! 또, 만약 미래세에 어떤 사람들이 의식이 부족하여서 구하여도 원대로 안되며,혹은 질병이 많고 혹은 흉하고 쇠퇴한 것이 많아서 집안이 불안하고 권속이 흩어지며, 혹은 빗나가는 일들이 많이 닥쳐서 몸을 괴롭히고, 꿈에도 놀래는 일이 많거든, 이러한 사람들이 지장보살의 명호를 듣거나 그 형상을 보고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며 만 번을 염하게 되면, 이 모든 여의찮은 일이 점점 없어지고 안락하게 되며 의식도 풍족하여지고 꿈에도 모두가 편안하리라.

관세음보살이여! 또, 만약 미래세에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혹은 생활에 필요해서나, 혹은 공적 사적 일 때문에, 혹은 나고 죽는 일 때문에, 혹은 급한 일로 깊은 산림에 들어가거나, 강이나 바다 같은 큰 물을 건너거나, 혹은 험한 길을 지나게 될 적에, 이 사람이 먼저 지장보살의 명호를 만 번 염한다면 그가 지나는 곳의 토지신이 호위하여서 행주좌와에 언제나 편안할 것이며, 호랑이. 사자 같은 온갖 동물을 만나도 능히 해치지 못하리라."

부처님이 관세음보살에게 또 이르셨다.

"이 지장보살은 염부제에 큰 인연이 있노니, 만약 모든 중생들이 보고 들어서 얻는 이익에 대하여 말하자면 백천 겁에도 능히 다하지 못하리라. 이러하므로 관세음보살이여, 그대는 신력으로써 이 경을 유포하여 사바 세계의 중생으로 하여금 백천만 겁토록 길이 안락을 누리게 하라."

이 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지장위신력을 보아하니 항사겁을 설파해도 어려우니
한 생각 짬 보고 들어 첨례해도 인간 천상 이익됨이 한량없네
만약에 남자나 여자나 용. 신이 보가 다해 악도에 뚝 떨어질 때
지심으로 지장존상 귀의하면 수명은 점점 늘고 죄장 멸하리.

어렸을때 부모형제 여의고서 그 혼신 태어난 곳 알지 못하고
형과 아우 누이동생 모든 친족 태어난 후 아무도 영판 모를 때
지장형상 만들거나 그림 그려 슬픈 생각 첨례하며 끊지 않고
삼칠 일에 그 명호를 염한다면 지장보살 가없는 몸 나타내어
그 권속들 태어난 곳 보여주고 악도 중에 떨어져도 건져주리

만약 능히 첫 마음 퇴전치 않으면 거룩한 마정수기 곧 받게 되리.

위없는 보리도를 닦고자 하고 삼계의 괴로움을 벗고자 하면
이 사람은 대비심을 내었노니 먼저 지장형상에 첨례한다면
일체 소원 하루 빨리 성취되고 가로막는 업장은 아주 없으리.

발심한 어떤 사람 경전 염하며 미한 무리 저 언덕에 건내려고
부사의한 그 원력 비록 세워도 읽고는 금방 잊어 버리는 것은
이 사람은 업장과 미혹 때문에 대승경전 능하게 기억 못하니
향과 꽃으로 의복과 음식으로 여러 완구로써 지장 공양하고
깨끗한 물 존상 앞에 올려놓고 하루가 지난 뒤에 마시려 할 제
은중한 마음으로 오신채 끊고 술과 고기 사음 망어 삼가하며
살생하지 않고 삼칠 일 지나며 지심으로 대사 명호 생각하면
꿈 속에서 보살의 무변신 보고 깨고나면 눈과 귀가 문득 밝아
이 경전 가르침 귓전에 지내도 천만 생을 다시는 잊지 않으리

부사의한 지장대사 위신력이 그 사람 능히 이 지혜 얻게 하네

어떤 중생 빈궁하며 병이 많고 집안 기울어져 권속 흩어지며
잠자는 꿈 속에도 편치 못하고 구하는 것 어그러져 못 이룰 때
지심으로 지장형상 첨례하면 일체 악사 모두모두 소멸되고
꿈 속까지 여지없이 편안하며 의식 넉넉하고 귀신 외호하리.

산림에 들어가고 바다 건널제 악독한 짐승들과 악한 사람이
악한 신과 악귀들과 악풍들이 여러가지 재난으로 괴롭힐 때
안온하신 지장보살 형상 앞에 지심으로 공양하고 첨례하면
이와 같은 산림이나 바다 속의 여러가지 악한 것이 싹 가시리.

관음아 지심으로 내 말 들으소 지장보살 무량한 불가사의는
백천만 겁 말하여도 못다하니 대사의 이 위력 널리 선전하소.

지장 명호 사람들이 만약 듣고 형상을 보고 우러러 예배커나
향 꽃 의복 음식으로 봉양하면 백천 생에 묘한 낙을 받으리라.

만약 능히 이걸 법계에 돌리면 끝내는 부처되어 생사 벗으리.
이 까닭에 관음아 꼭 잘 알아서 항시 여러 국토에 두루 알리소.


제 13품

사람과 하늘을 부촉하다.

그 때, 세존께서 금빛 팔을 드시어 지장보살마하살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장, 지장이여!
그대의 신력은 불가사의하도다. 그대의 자비도 불가사의하도다.
그대의 지혜도 불가사의하도다. 그대의 변재도 불가사의하도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으로 하여금 그대의 불가사의함을 찬탄하게 하여도 천만 겁 동안에 못다하리라.
지장, 지장이여!

내가 오늘 이 도리천궁에서, 백천만억의 말로 할래야 할 수도 없는 모든 불. 보살과 천. 룡. 팔부의 크나큰 법회 가운데서 다시 부촉하노니, 그대는 삼계의 화택 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든 중생들이 하루라도 악도에 빠지지 말게 하도록 하라. 더구나 오무간이나 아비지옥에 떨어져 천만억 겁이 지나도 벗어날 기약이 없게 하리요. 지장보살이여! 이 남염부제 중생들은 뜻과 성품이 정(定)한 바가 없어서 악을 익히는 자가 많고 비록 선심을 내어도 잠깐사이에 곧 물러서며, 만약 악한 인연을 만나면 생각생각에 악이 더 늘게 되느니라. 이러므로, 내가 이 몸을 백천억으로 분신을 내어 교화하고 제도하되 그 근성을 따라서 해탈시키는 것이니라.

지장보살이여! 내가 이제 은근히 하늘과 인간의 무리들을 그대께 부촉하노니, 미래세에 만약 하늘과 인간의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불법 중에 한 터럭. 한 티끌. 한 물방울만한 작은 선근을 심더라도 그대는 도력으로써 이 사람을 옹호하여 점점 위없이 닦아 헛되이 물러가지 말도록 하라.

지장보살이여! 또, 미래세에 만약 하늘 사람이나 세간 사람이 업보를 따라 악도에 따라 악도에 빠지게 된다면, 악도에 떨어질 적에나 혹은 지옥문 머리에 이르러서도 이 중생들이 만약 능히 한 부처님 명호나 한 보살 명호나 대승경전의 한 귀절, 한 게송만 염하더라도, 그대는 신력과 방편으로써 이들을 구제하되, 이 사람 처소에 가없는 몸을 나타내어 지옥을 부수고 천상에 나게 하여, 묘한 낙을 누리게 하라."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현재와 미래의 천인 무리를 은근히 그대께 부촉하노니

그 큰 신통력과 방편으로 악도에 빠지지 말게 할지니"

이 때 지장보살마하살이 무릎 꿇어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여! 바라오니, 염려하지 마옵소서. 만약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불법 중에 한 생각만 공경하여도 제가 백천 방편으로 그를 제도하여 나고 죽음에서 빨리 벗어나게 하오리다. 하물며 착한 일들을 듣고 생각생각으로 닦아 가는 자이리까. 이 사람은 자연히 위없는 도에서 길이 물러서지 않으리라."

 

이 말을 할 때, 회중에 있던 허공장(虛空藏)이라는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여! 제가 이 도리천에 이르러서, 부처님이 지장보살의 위신력이 불가사의하다고 찬탄하심을 들었나이다. 미래세에 만약 어떤 선남자 선녀인과 모든 천. 룡들이 이 경전과 지장보살의 명호를 듣고, 혹 그 형상에 우러러 절을 한다면, 몇 가지 복리(福利)를 얻게 되옵니까! 세존이여, 미래와 현재의 모든 중생을 위하시어 간략히 말씀하여 주옵소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으라. 내가 마땅히 그대를 위해 분별하여 말하리라. 만약 미래세에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지장보살의 형상을 보고, 또 이 경을 듣고 독송도 하며, 향. 꽃. 음식. 의복. 보물로써 보시 공양하여, 찬탄하고 첨례한다면 스물여덟 가지 이익을 얻게 되나니,

 

첫째는 하늘과 용이 지켜 줌이요,

둘째는 좋은 과보가 날로 더함이요,

셋째는 성현의 높은 인을 모음이요,

넷째는 보리에서 물러서지 않음이요,

다섯째는 의식이 풍족함이요,

여섯째는 질병이 오지 못함이요,

일곱째는 수재 화재를 여임이요,

 

여덟째는 도적의 액이 없음이요,

아홉째는 사람이 보고서 흠모하고 공경함이요,

열째로는 귀신이 도와줌이요,

열한째로 여자는 남자의 몸으로 바꿀 수 있음이요,

열두째는 여자라면 임금이나 대신의 딸이 됨이요,

열세째는 모양이 단정함이요,

열네째는 천상에 많이 태어남이요,

 

열다섯째는 혹은 제왕이 됨이요,

열여섯째는 숙명지를 통함이요,

열일곱째는 구하는 것은 다 뜻대로 됨이요,

열여덟째는 권속들이 화목함이요,

열아홉째는 모든 횡액이 소멸됨이요,

스무째는 업도가 영원히 없어짐이요,

스물한째는 가는 곳마다 통달함이요,

 

스무두째는 밤에 꿈이 편안함이요,

스무세째는 선망 권속이 괴로움을 벗어남이요,

스무네째는 지어놓은 복을 타고 남이요,

스무다섯째는 모든 성현이 찬탄함이요,

스물여섯째는 총명하고 근기가 날카로움이요,

스물일곱째는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넉넉함이요,

스물여덟째는 필경에 성불하는 것이니라.

허공장보살이여! 또 만약 현재와 미래의 천. 룡. 귀신이 지장보살의 명호를 듣거나, 그 형상에 예배하거나, 혹은 지장보살의 본원(本願) 등의 일을 듣고 수행하며 찬탄하고 첨례한다면, 일곱 가지 이익을 얻게 되나니,첫째는 속히 성현의 지위에 오름이요, 둘째는 악업이 소멸됨이요, 셋째는 모든 부처님이 곁에서 보호해 줌이요, 넷째는 보리에서 물러서지 않음이요, 다섯째는 본원력이 더 커짐이요, 여섯째는 숙명을 다 통함이요, 일곱째는 필경에 성불하는 것이니라."

이 때, 사방에서 오신, 말로 할래야 할 수도 없는 그 모든 부처님과 큰 보살과 천. 룡. 팔부들이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지장보살의 불가사의한 큰 위신력을 드높여 찬탄하시는 것을 듣고서, 일찌기 없던 일이라 하며 감탄하였다. 이 때 도리천에는 한량없는 향. 꽃. 하늘 옷. 구슬. 영락을 비오듯 내리어 석가모니 부처님과 지장보살께 공양하였고, 법회에 모였던 모든 대중들은 다시금 우러러 절하고는 합장하고 물러갔다.

지장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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