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앙의 기본 원리와
한국불교의 3대 신앙 (1)
우리는 지금까지 2회에 걸쳐 한국 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는 선(禪)의 기원과 간략한 역사 그리고 그 실질적
내용과 일상생활에서의 응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요즘은 재가불자들 가운데서도 참선을 직접 그리고 일상적으로 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또 불자 아닌 이들까지 상당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므로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참선 열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일반 재가불자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수행의 형태는 기도라고 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분은 없을 듯합니다.
불자라 해도 참선을 하지 않은 이는 적지 않지만, 기도를 하지 않는 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기도가
이처럼 일찍이 우리 불자들 사이에서 일반화되고 대중화되었는데도 그 기도의 대상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된 기도를 하는 불자들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대부분의 불자들이 이 절에 가면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를 하고, 저 절에 가면 아미타부처님께 염불을 하고, 또 다른 절에 가면 약사여래부처님께 기도를 하거나 석가모니부처님께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자들의 올바른 기도를 도모하기 위해 이번 호와 다음 호에 걸쳐 불교신앙의 기본원리와 한국불교의 3대 신앙이라고 할 수 있는 관음, 약사 그리고 미타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불교에는 불자 여러분들도 이미 알고 있다시피 수많은 부처님과 보살님 그리고 신장(神將)님이 계십니다. 이 때문에 많은 불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많은 부처님과 보살님 가운데 어떤 분이 중심이고 또 어떤 분이 부차적인가 하는 문제를 짚어 보아야 합니다. 이것을 일러 본존불(本尊佛) 신앙과 분신불(分身佛) 신앙의 문제라고 합니다.
본존불 신앙이라고 함은 많은 부처님이 계시지만 그 가운데에 아주 근본에 해당하는 존귀한 부처님은 어떤 부처님이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경전에서 분명히 밝혀 놓은 바가 있습니다만, 특히 『법화경』에서 본존불 신앙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습니다. 『법화경』의 주불은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입장을 아주 선명하게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법화경』의 「여래수량품」이나 「다보탑품」에 보면 본존불 신앙을 아주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구절이 여러 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법화경』에 의하면 세상에는 많은 부처님이 계십니다만 천 부처님, 만 부처님이 계신 가운데 석가모니부처님이 가장 근본이 되는 부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에 의해서 아미타부처님도 언급이 되었고 약사여래부처님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많은 부처님의 세계가 석가모니부처님을 통해서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에 일체 부처님은 다 석가모니부처님으로 말미암아 존재하시게 되었다고 설명을 하고 많은 부처님 가운데 석가모니부처님이 가장 근본에 해당하는 본존불이라고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다시 말해 천 부처님, 만 부처님이 계시지만 근본 부처님은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비로자나불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영원한 생명 그 자체의 표현이고 그 외에 극락세계에 가서 설법을 하시고 교화를 하시는 부처님은 바로 석가모니부처님 당신이 아미타불로 현현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약사여래부처님은 본존불이 동방만월(東方滿月)의 세계에 분신해서 나타나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분신불 신앙입니다. 본존불은 근본에 있어서 석가모니부처님 한 분뿐인데 극락세계에서는 아미타불로 분신을 하시고 기타 세계마다 많은 부처님으로 분신해서 나타나시는 분은 바로 석가모니 본존불이시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석가모니 본존불 신앙입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부처님이 많은 부처님으로 나타나시고 많은 부처님이 나타나시지만 근본에 있어서는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처님의 세계는 하나 가운데 많은 분이 계시고 많은 분이 계시지만 하나의 부처님으로 계신다 하는 것이 바로 불가사의한 부처님의 세계입니다. 이러한 이론에 따라 갖가지 불교의 신앙이 확립되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대표적인 것이 바로 관음신앙, 약사신앙, 아미타불신앙입니다. 그러면 이제 3대 신앙을 하나씩 비교적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관음신앙
관세음보살 신앙은 그 범위가 아주 넓습니다. 관세음보살 신앙은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역사적 배경도 있고 신앙의 계층이 매우 다양하고 저변이 아주 두텁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관세음보살 신앙은 우리나라의 경우에 신라시대 때부터 그 연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라시대 선덕여왕 당시 자장 법사(慈藏法師)라고 하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자장 법사를 낳기 위해서 그 부모님들이 천 분의 관세음보살을 조성해서 기도를 정성껏 올렸다고 하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비롯해서 당나라에 가서 『화엄경』 공부를 하고 돌아오신 의상 스님께서도 낙산사(洛山寺)를 창건하시고 관음 도량을 설치해서 관음신앙을 돈독히 하신 바 있습니다. 「백화도량 발원문(白花道場發願文)」은 관세음보살님에 대한 발원문이며 당신의 신앙적 서원인데 아주 중요한 기록입니다. 이밖에 여러 가지 기록을 통해서 삼국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민족이 관세음보살을 독실하게 믿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세음보살님에 대해서는 보통 6관음을 이야기합니다. 6관음 중에 성관음(聖觀音), 천수관음(千手觀音)이 있는데 천수관음은 관세음보살께서 모든 중생들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 주기 위해서 손이 하나 가지고 부족하고, 둘 가지고 부족해서 천 개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천 개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천 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량없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은 11면 관음이라 해서 얼굴의 모습과 표정이 열한 가지로 나타나는 관세음보살님이십니다. 특히 석굴암 본존불 뒤에는 십일면 관세음보살이 계십니다. 열한 가지의 표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그런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입니다. 다음으로는 여의륜(如意輪)관음, 마두(馬頭)관음 그리고 준제(准提)관음이 있습니다. 준제관음에는 준제진언도 있고 준제주 신앙이 특별히 있습니다.
우리가 조석으로 독송하는 「천수경」에 보면 이러한 내용으로 염불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마하살, 나무대세지보살 마하살, 나무천수보살 마하살, 나무여의륜보살 마하살, 나무대륜보살 마하살, 나무관자재보살 마하살, 나무정취보살 마하살, 나무만월보살 마하살, 나무수월보살 마하살, 나무군다리보살 마하살, 나무십일면보살 마하살.”
이것은 거의가 관세음보살입니다. 맨 처음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은 그대로 관세음보살이시고 대세지보살은 항상 아미타불을 관세음보살과 함께 양쪽에서 받들고 있기 때문에 관세음보살과 항상 뜻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관세음보살과 동일합니다. 천수보살님은 관세음보살이고, 여의륜보살, 대륜보살도 마찬가지로 관세음보살이고, 관자재보살도 관세음보살이고, 정취보살도 관세음보살이고, 만월보살도 관세음보살입니다. 관세음보살은 모습이 둥근 달과 같이 아주 훌륭하다 해서 만월보살이라 합니다. 그리고 수월보살은 물 속에 비춰진 달과 같이 그렇게 광명스럽고 환하다고 해서 수월보살입니다.
다음으로 군다리보살의 군다리는 범어로 감로수병(甘露水甁)입니다. 관세음보살은 항상 감로수병을 들고 중생에게 감로수를 내려 주신다고 해서 바로 군다리보살입니다. 그리고 십일면보살 등등……. 이와 같이 관세음보살은 많은 명칭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런 관세음보살은 결국 어느 분이시냐 하면 다른 분이 아니고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이십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 자비로서 분신하신 분이 바로 관세음보살이십니다. 관세음보살은 바로 석가모니부처님 자비의 분신이십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서 관세음보살님으로 나타나신 것입니다.
이러한 관세음보살의 내력을 밝힌 경전으로서는 『법화경』 「보문품」이 있고, 『능엄경』 「이십오원통문」은 관세음보살이 중심으로 되어 있고, 『화엄경』 「입법계품」에는 53명의 선지식이 나오는데, 그 중 한 분의 선지식이 바로 관세음보살이십니다. 이 중에서 관음신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법화경』 「보문품」입니다.
『법화경』 「보문품」에서는 관세음보살에 대해서 잘 말씀하고 계십니다. 『법화경』 「보문품」은 “관세음보살님은 왜 관세음보살님이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이 됩니다. 이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관세음보살은 사바세계의 중생이 고통에 있을 때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께서 자신의 명호(名號)를 부르는 마음을 잘 관찰해서 모든 고통을 제거해 주신다”고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소리를 관찰해서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모든 고통을 다 없애 주신다고 해서 바로 관세음보살이십니다. 이러한 관세음보살을 일심으로 공양하고, 일심으로 예배하고 일심으로 부르면 칠난(七難)과 삼독(三毒)을 소멸하고 이구(二求)를 성취합니다.
칠난이란 밖에서 오는 환란으로서 화난(火難), 수난(水難), 풍난(風難), 험난(險難), 귀난(鬼難), 옥난(獄難), 적난(賊難)입니다.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이 철저하면 설사 불을 만난다 하더라도 불의 환난을 당하지 않고 어떤 큰 물, 바다, 강에서도 화를 당하지 않고 폭풍을 만나도 화를 당하지 않고, 험악한 지경에 이른다 해도 관세음보살의 가피력과 위신력으로 험난을 모두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체 악귀, 잡귀, 귀신을 만난다 하더라도 관세음보살님의 위신력으로 모든 귀난을 막아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옥난, 일체 감옥의 환난을 당해도 관음신앙으로 말미암아 모두 액을 면할 수 있으며 또 많은 도둑들에게 재앙을 만나게 되는 때도 관음신앙으로 말미암아 모두 다 벗어날 수 있습니다.
삼독에 있어서는 사람의 마음속에 탐심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를 지극정성으로 드리면 허욕과 탐심(貪心)이 서서히 적어져서 교육과 인격이 원만한 인품을 달성할 수 있다고는 하는 것이 바로 관음신앙입니다. 그리고 음욕(淫慾)이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관음보살에게 예배하고, 공양하고, 철저히 신앙하면 음욕이 순화되어서 아주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대인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끝으로 어리석음이 많다고 하더라도 관세음보살님께 기도하면 어리석음이 다 소멸됩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단정한 남자 아기를 구한다든지 여자 아기를 구한다든지 할 때 관음보살님을 지극정성으로 믿으면 소원을 모두 성취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일러 이구(二求)의 성취라고 합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님께서는 서른두 가지 몸으로서 중생들을 부처님의 세계로 인도하십니다. 서른두 가지는 부처님의 몸으로서 제도를 받을 사람에게는 부처님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 사람을 인도하시고, 스님의 몸으로서 제도가 될 사람은 스님의 몸을 통해서 중생을 제도하시는 것 등등입니다. 더 나아가서 국왕대신이나 팔부신장의 몸으로서 제도가 될 사람은 또 그와 같은 몸으로 제도를 하십니다.
그러면 기본적인 관음기도 방법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관음신앙의 방법에 있어서는 보살님의 명호를 일심으로 부르고 예배하고, 공양하고, 관세음보살님께 가까이 가기를 원하고 항상 우러러 받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가운데 우리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한 마디로 말하면 일심칭명(一心稱名), 예배공양, 상원첨앙(常願瞻仰)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체계를 아주 강하게 세워서 독실한 신앙을 하고 있습니다. 관세음보살은 해안고절처(海岸孤絶處), 보타락가산(寶陀洛迦山)을 도량으로 하고 계십니다. 그러면서도 관세음보살님은 시방(十方)에 원통(圓通)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관세음보살님은 도량의 교주(道場敎主)이시고 원통교주(圓通敎主)라고 합니다. 관세음보살은 어떠한 곳에 계신다 하더라도 시방세계에 두루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바로 원통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도량에 계시지만 시방 어느 도량에 감화(感化)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도량교주이십니다.
관세음보살은 또 원통회상불보살(圓通會上佛菩薩)이십니다. 왜냐 하면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능엄경』을 설하실 때에 제자들에게 각자 스스로 깨달음을 얻은 도리, 스스로 해탈한 자기의 길을 말씀하라고 하셨는데 그 가운데 관세음보살만이 원통으로서 상수제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은 삼십이응신(三十二應身), 십사무애력(十四無碍力), 사부사의덕(四不思議德)을 갖추고 계십니다.
이리하여 관세음보살은 중생을 받아들이고 중생을 인도하는 데 걸림이 없으십니다. 그런 까닭에 관세음보살은 팔만사천 삭가라수(迦羅首), 팔만사천 모타라비(母陀羅臂), 팔만사천 청정보목(淸靜寶目)이라 말씀하고 있습니다.
팔만사천 삭가라수라고 하는 것은 관세음보살님의 머리가 아주 둥글게 우주에 그대로 꽉 차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삭가라는 윤위(輪位)란 뜻입니다. 모타라비는 인상(印相)이라고 합니다. 인상이란 관세음보살님이 손의 모습을 턱 내보이시면서 중생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하나 둘이 아니라 팔만사천 가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팔만사천 가지가 되는 청정하고 보배로운 눈으로 우주와 중생의 실정을 살펴서 자비로서 고통을 제거하고 즐거움을 얻도록 하는 분이 바로 관세음보살이십니다. 관음신앙은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체계로 확립되었고, 신라시대 때부터 오늘날까지 불교신앙 중에서 대표를 이룬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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