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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매산 철쭉
하고싶은 이야기

어르신을 떠나 보내던 날

by 돌풍56 2022. 9. 23.

2022년 9월 21일 (수요일)

 

지난 4개월 휴일을 제외하고는 어르신과 함께 보냈는데 ~~~~~~~~

짧은 기간이었지만 돌풍에게는 인간의 삶에 대하여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 시간이 어르신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어르신은 창원 본토박이로 창원이 도청소재지로 지정되어 발전하면서 재산이 늘었지만 어르신의 지난날을 사모님으로 전해 듣고는 정말 대단했음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캬츄사 출신에 판문점에 근무하셨고 창원이 도청소재지로 되었을 때 상경하여  제과제빵을 배워 지금도 창원에서 가계가 성업 중이라고 하는데 어르신은 70대 후반부터 병마에 시달리다 마지막에는 치매로 와상 중에 지난 6월에 돌풍과 인연이 되었다. 창원에서 내노라 라는 유명인사들과 친구들이 있었고, 등산로 길목에 지어진 집 정자에 앉자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불러들여 술잔을 나누셨고 노래는 가수 빰 칠 정도로 잘 부르셨다고 한다. 편찮기 전에는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푸셨다는데 마지막 떠나는 길을 보면서 돌풍에게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매일 새벽 4시면 사모님은 가계로 출근하시고 2층에 살고 있는 아드님은 오전 9시 반이면 출근하여 어머님과 교대를 하여 사모님은 10시 반쯤이면 집으로 돌아오신다. 그렇기에 돌풍의 출근은 어르신의 식사가 걱정되어 8시 40분부터 업무가 시작된다. 출근과 동시에 실내방역과 물수건으로 어르신의 얼굴을 닦아드리고는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며칠 전부터 삼킴을 힘들어하셔서 건더기를 건져내고 아침식사를 하시다가 좋아하셨던 바나나도 뱉어내셨다. 그러더니 엊그제부터는 죽도 믹서기로 분쇄하여 빨대로 드시는데 누워계실 때는 괜찮은데 침대를 세워(전동침대)  식사를 하면 드시는 동안 목에 가래가 너무 심하여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답답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병원으로 갈 처지는 못되니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2022년 9월 21일 날

당일 아침에도 가래가 심한 상태에서도 죽을 한 그릇을 다 비우셨다.

그리고 45도로 침대를 조정하여 10분 휴식 후 불루투스 스피커로 어르신의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드리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는 감상을 하신다. 방과 거실 청소를 끝내고 어르신을 보니 평소에 보이지 않던 두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사모님이 집으로 오실 시간이지만 오늘은 사모님이 병원에서 오전에 건강검진을 받는 닐이다.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닦고 보니 이마에도 땀이 흘러 닦아드리다가 목과 머리 그리고 등을 닦다 보니  옷이 다 젖어있다.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히고 나니 아침에 깨끗했던 기저귀에도 실금을 하셨다. 다시 하반신도 물수건으로 닦고 기저귀를 입히고  2층에 사는 며느님을 불러 상황을 알려드리고는 물을 드리니 빨대로 빨지 않으셔서 숟갈로 억지로 몇 숟갈 드리는데 당일 건강상태 점검을 위해 방문 예정이었던 건강보험 공단 여직원이 도착을 했다

여직원이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고 잠시 거실에서 5~6분 정도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는 세 사람이 함께 어르신께 갔더니 어르신은 주무시고 계시기에 이마를 짚어보니 온기도 있고 어르신을 불렀더니 평소와 다르게 답이 없어 맥박을 집어보고 귀로 숨소리를 들어보니 ~~~~~~~~~~~~~~~~~~~~~~~~~~~

즉시 공단 여직원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돌풍은 119로 연락을 하고 3분여 만에 도착한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 도중에 보호자의 전화를 받고는 읍급활동을 중단하고 만다. 그렇게  어르신은 80살 이른 연세에 먼 길을 떠나시고 말았다.(중략).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다.

실컷 울었다

삶이 이렇게 허무함을 느낀 날이 있었던가 싶다.

평소에도 형님처럼 생각하고 정성껏 보살폈는데 그렇게 한 참을 서럽게 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와상 중의 어르신이 너무 불쌍했었기 때문이다 

 

어르신의 놀이터였다는 정자
좌측 언덕에 위치한 어르신의 휴식처였던 정자와 땀이 남겨진 저택 전경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길냥이를 어르신이 집으로 데리고 왔다는 냥이가 어르신 방 창가에 앉자있어 어르신이 바라보고 있다
공로패로 가득한 것을 바라보는 어르신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돌풍과의 셀카 (7월 18일)
창가로 보이는 정자를 바라보시고는 어르신이 정자의 이름을 말하셨다 (7월 29일)
어르신이 드셨던 아침식사와 간식 그리고 살균 소독중인 용품들
손주를 마지막으로 보셨던 날 (9월 19일)

 

어제는 장례식장에서 어르신을 조문하고 왔다

인간으로 태어나 한 세상을 살고 가는데 왜 이리 허무하고 불쌍하게 느껴지는지 ~~~~~

부모가 자식을 애지중지 키워 자식도 부모가 되었는데 80 연세에 너무 일찍 먼길을 떠나신 어르신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이젠 잊어야지 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것은 돌풍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가까이서 그러지 못한 불효를 어르신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보답해 드리고 싶었다.

 

어르신 !

이젠 아프지 마시고  모든 것 잊고 편히 영면하시길 ~~~~~

 

.

이번에 갑자기 어르신을 보내면서 느낀 것은 행복은 재산의 정도가 아닌 노후의 인생이 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가진 것이 없어도 가족 간에 우애와 사랑으로 뭉쳐진 가족은 남부럽지 않고 행복하다.

그것이 진정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아닐까.

열심히 일하고, 자식을 사랑으로만 대하지 말고 인성이 중요함을 최우선으로 가리켜야 한다고 본다.

죽어서도 가족과 자식들의 사랑 속에 눈을 감을 수 있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사랑 !

그리고 언젠가는 떠나야 할 운명의 시간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인생의 소중함을 마음껏 누리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해 본다

 

돌풍도 당분간 휴식기를 가지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일에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나아가 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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